東西古今

산은 가깝고 달은 멀기에

뚜르(Tours) 2009. 1. 7. 11:26

山近月遠覺月小, 便道此山大於月. 若人有眼大如天, 還見山小月更闊.
산근월원각월소, 편도차산대어월. 약인유안대여천, 환견산소월갱활.

산은 가깝게 있고 달은 멀리 있기에 산보다 달이 작다고 느껴서 사람들은 곧 달보다 산이 크다고 말하네.
만약 하늘과 같이 큰 눈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산은 조그맣고 달이 훨씬 크다는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중국 명나라 때의 대 학자인 왕양명(王陽明)선생이 11세 때에 지었다고 전해지는 시이다.
11세 소년이 이처럼 진정으로 큰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보았다니 실로 놀랄 만한 일이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착각과 편집(偏執)에 빠져 더 큰 것, 더 소중한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돈에 집착하여 사람의 소중함을 잊기도 하고,
이성과의 사랑에 빠져서 부모와 가족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식에 대한 편애와 집착에 빠져서 자식의 허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눈을 떠야 할 것이다.
하늘 같이 큰 눈을 뜨고서 온 세상을 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오죽 좋으랴마는
그렇게는 할 수는 없을 테니
우리들 마음의 눈을 크게 떠서 세상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산을 산으로 보고 물을 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을 제대로 보아야 자신도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하늘과 달의 크기를 제대로 헤아려 보면서 자신의 모습도 제대로 보아야 할 것이다.

近:가까울 근  遠:멀 원  覺:깨달을 각  便:곧 편  道:말할 도  此:이 차 
若:만일 약  眼:눈 안  還:오히려 환  更:다시 갱, 더 갱  闊:넓을 활

                                     金炳基  / 전북대 중어중문과 교수, 서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