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왕좌처럼 위험한 자리는 없다

뚜르(Tours) 2009. 3. 2. 10:17

 

 

 

 

디오니시우스는 기원전 4세기경 시라쿠사의 왕이었다.
그는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수많은 정적을 처형했는데
왕이 된 다음에는 보복이 두려워 항상 갑옷을 입고 있었고, 매일 밤마다 침실을 바꿨다고 한다.

어느 날 디오니시우스 왕에게 친구인 다모클레스가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얼마나 행복하시겠습니까?
대왕이야말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원해 마지않는 것을 가지셨으니 말입니다.”

왕이 말했다.

“자네는 내 자리가 탐이 나는가?”

“어찌 그런 욕심을 내겠습니까?
다만 대왕이 누리는 지위와 재산, 대왕이 맛보시는 산해진미를
하루만이라도 누려보았으면 할 뿐입니다."

왕은 잠시 생각하고 응낙하였다.

“좋아.
단 하루 동안 자네에게 내 자리를 빌려주도록 하겠네."

이렇게 해서 다모클레스는 다음 날 하루 동안 왕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연회장에 들어가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여러 하인들의 시중을 받았으며,
푹신한 의자에 앉아 수많은 신하들을 호령하였다.

그러던 중 그는 옥좌에 앉아 있다가 천장에 아주 날카로운 칼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칼은 말의 꼬리털 한 오라기에 매달려 있어서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때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왕 노릇을 즐기던 다모클레스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얼굴빛은 하얗게 되고, 느긋하던 자세는 안절부절 못하며 쩔쩔매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의 표정이 변한 것을 본 디오니시우스 왕이 물었다.

“왜 그러는가?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는가?"

“저 칼! 저 칼 때문에!"

“그게 왜 문제가 되는가?
왕 자리를 노리는 자는 언제나 있기 마련일세.
그들은 보이는 칼, 보이지 않는 칼로써 늘 왕을 해치려고 궁리를 하고 있다네."

“하지만 저 칼은 어제만 해도 없던 것입니다.
대왕께서 왕이실 때에는 매달려 있지 않았던 칼을 제가 왕인 날만 매다신다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디오니시우스 왕이 웃었다.

“왕 자리는 매우 위험하다네.
다만 나는 칼을 매달지 않아도 왕 자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지만
자네는 굳이 칼을 매달아야 아는 것 같아 칼을 매달아 두었네."

다모클레스가 외쳤다.

“제발 저를 당장 궁에서 내보내 주십시오! 소원입니다!"

다모클레스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서야 왕 노릇을 중도에 그만둘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부터는 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물론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하지 않게 되었다.

                            김정빈 지음 <리더의 아침을 여는 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