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버텨라. 견뎌라. 내일은 온다!”

뚜르(Tours) 2009. 4. 9. 15:25

# 1
할아버지와 손자가 도끼 자루를 구하러 산으로 갔다.
따라가던 손자가 발이 아파오자 말했다.

“여기도 나무가 많은데 왜 자꾸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세요?”

할아버지는 말없이 계속 산길을 올랐다.
이윽고 산 정상 가까이 있는 절벽 위에서 할아버지는 바위 틈새를 뚫고 나온 나뭇가지를 어렵사리 잘라냈다.
그것을 가지고 산을 내려오며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말했다.

“절벽의 바위틈을 뚫고 나무가 뿌리를 내려 가지를 뻗으려면 얼마나 견뎌야 했겠니.
비바람도 폭설도 추위도 더위도 모두 견뎌낸 그놈을 잘라 도끼자루로 써야 평생 써도 부러지지 않는단다.
매사 모든 것이 견딤이 있은 연후에 쓰임이 있는 법이야.”

 

# 2
1939년부터 1945년까지 6년간 계속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대학살, 즉 홀로코스트로 약 11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빅터 프랑클은 체코슬로바키아의 테레지엔슈타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독일의 카우페링과 튀르크하임 등
죽음의 수용소를 무려 네 군데나 거치고서도 살아남았다.
그가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살아야 할 의미’를 잊지 않고 견뎠기 때문이다.
자기 미래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사람은 더 이상 살 수 없다.
하지만 ‘살아야 할 의미’를 가지고 견뎌낸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뚫고 다시 미래를 만든다.

 

# 3
1972년 10월 13일의 금요일.
우루과이의 올드 크리스천스 럭비팀 45명은 비행기를 타고 칠레로 날아가던 중 안데스산맥에 추락하고 말았다.
추락 당시 13명이 즉사하고 눈사태로 8명이 더 사망하는 등 결국엔 16명만이 살아남았다.
영하 30도의 극한지대에서 그들은 동료 사망자의 인육을 먹으며 버텼다.
살려면 구조를 요청해야 했다.
난도 파라도와 로베르토는 눈 덮인 산을 타기 위한 어떤 장비도 없이 그저 몇 벌의 옷을 겹쳐 입고 운동화를 신은 채
해발 5000m의 겨울 안데스를 넘어 100㎞를 걸어서 극적으로 구조 요청에 성공했다.
덕분에 안데스 산중에 남아 있던 동료 선수들도 모두 구출됐다.
그들은 72일의 사투 끝에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 4
생환자 파라도는 말한다.

“안데스 산중에서 우리는 심장의 한 박동에서 다음 박동으로 근근이 이어가면서도 삶을 사랑했다.
놀랍게도 그 순간 인생의 매초 매초가 선물임을 깨달았다.
나는 생환 이래 그 처절했던 순간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애썼고, 그 결과 내 인생은 더 많은 축복으로 채워졌다.
그때의 경험에서 말한다.
숨을 쉬어라.
다시 숨을 쉬어라.
숨을 쉴 때마다 너는 살아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너의 존재를 사랑하라.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라.
단 한순간도 허비하지 말고!”

 

# 5
머라이어 캐리의 히트곡 ‘히어로(Hero)’를 다시 들어본다.

“…견뎌내야 해요/내일이 올 테니까요//때가 되면/당신은 길을 찾을 거예요/
/그때 영웅이 다가와/살아갈 힘을 주지요/
/그러면 당신은 두려움 따윈 내던져버리고/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요/
/그러니 희망이 사라졌다고 느껴지면/자신의 내면을 보고 강해지세요/
/그러면 당신은 결국 진실을 보게 될 거예요/당신 안에 영웅이 존재한단 것을.”

 

# 6
그렇다.
견뎌내야 한다.
오늘이 아무리 힘들고 버거워도 포기하지 말고 버티며 견뎌라.
지금 포기하고 무너지면 당신 안의 영웅은 영영 빛을 못 보고 죽는다.
당신 안의 영웅이 놀랍게 빛을 발할 내일을 포기하지 마라.
지금을 버티고 견뎌 당신 안의 영웅을 살려내라.
스스로에게 외쳐라.
“버텨라. 견뎌라. 내일은 온다!”고.
그때 오늘의 견딤이 곧 내일의 쓰임이 되리라.

                                      <정진홍 칼럼>에서


'東西古今'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악한 역사-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역사  (0) 2009.04.13
4 X 7 = 27  (0) 2009.04.10
리베리아 ‘김수환 추기경’ 기념 색채은화  (0) 2009.04.02
다윗과 골리앗  (0) 2009.03.27
고려장 이야기 / 펌  (0) 2009.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