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이전투구(泥田鬪狗)

뚜르(Tours) 2010. 2. 24. 14:07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원래는 사람의 성격을 빗 댄 말이었던 것으로,
두 가지 뜻이었다.

하나는 강인한 성격을 평하여 이르는 말이고,
또 하나는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거나 다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현대는 이 말이 아주 막돼먹은 싸움질이나 난장판을 비유하기도 한다.
 
《조선조 태조즉위(朝鮮朝 太祖卽位)》후 정도전鄭道傳에게 명하여
팔도(八道) 사람들의 성격을 한 구절로 평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정도전은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거울 속에 비친 미인).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바람 앞에 하늘거리는 가는 유연한 버드나무).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소나무나 대나무 같은 굳은 절개).
강원도는 암하노불嚴下老佛(바위 아래 늙은 부처님).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물결에 던져진 돌맹이),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산 속 숲에 사는 거친 호랑이)라고 말 하였다.”
그러나 태조의 출신지인 함경도에 대해서는 말 하지 않았다.
그러자 태조는 무슨 말도 괜찮으니 말해보라고 재촉했다.
이에 정도전은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입니다.”
이 말에 태조는 얼굴이 벌겋게 되었다.
정도전은 곧 말을 고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함경도는 또 달리 석전경우石田耕牛(돌밭에서 밭을 가는 소)입니다.”라고 하자
태조는 후한 상을 내렸다고 했다.

<택리지(擇里志)>에서 조선조 지리학자인 이중환(李重煥)은
우리나라 팔도에 대한 위치 그 지방의 역사적 배경 등을 광범위하게 논하였다.
〈팔도총론(八道總論)〉에서는
우리나라 팔도 지방의 지역성을 출신인물과 결부시켜서 밝혔고(지인상관:地人相關),
<복거총론(卜居總論)>에서는 살기 좋은 곳과 그 입지조건의 타당성을 설명하였다.
<팔도총론>은 지방지(地方誌)에 해당하고,
<복거총론>은 인문지리적(人文地理的) 총설에 해당된다.
입지조건으로서 지리(地利)와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 등 네 가지와,
가거지류(可居地類:사람이 살만 한 곳))와 피병지(避兵地:병마를 피할 곳), 복지(福地:복된 땅), 은둔지(隱遁地:숨어살 곳), 일시유람지(一時遊覽地:잠시 머물 곳)) 등으로 분류하였다.
전국 팔도(八道)를 세인들의 논의에 의하여 경기(京畿)에는 도(道)자를 붙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어서 별칭이 없고 나머지 칠도(七道)에 대한 별칭과 기준은
「조령(鳥嶺과) 죽령(竹嶺의) 남쪽의 영남(嶺南)은 경상도」
「제천 의림지호(義林池湖)의 서쪽은 호서(湖西)로 충청도」
「김제 벽골제호(碧骨堤湖의 남쪽은 호남(湖南)으로 전라도」
「대관령 동쪽은 관동(關東)으로 영동(嶺東)인 강원도」
「경기해(京畿海)의 서쪽은 해서(海西)인 황해도」
「철령관(鐵嶺關)의 북쪽을 관북(關北)인 함경도」
「철령관(鐵嶺關)의 서쪽은 관서(關西)인 평안도」
 
이전투구(泥田鬪狗)란 말은 ’태조와 정도전’의 대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쓰이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말의 원래의 뜻은 옛날부터 우리나라 팔도 사람들의 특성을 그렇게 부르던 습성(習性)이 있었지 않았을까도 생각된다.
이전투구란 말은 아주 막돼먹은 싸움질이나 난장판을 비유하고 있다.
이 말이 나오게 된 근원도 조선시대 왕권다툼에서 서로 권력을 잡기 위한 투쟁에서 유래된 듯하다.
이 시대의 지성(知性)들이 해마다 신년 초 정치권을 지목하여 사자성어를 발표할 때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성어(成語)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민생은 뒷전이고,
패거리들의 투전장(鬪戰場)인 정치권의 볼 성 사나운 막돼먹은 행태를 비꼬는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성영 / 시인 한국공간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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