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그 뒤안길

이승훈 / 조선 스포츠

뚜르(Tours) 2010. 2. 24. 18:51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승훈의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변방 한국이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선수들이 주름잡던 세계 스피드스케이팅의 최강자로 다시 한번 공인을 받았다. 모태범이상화가 사상 최초로 남녀 500m를 동시에 석권한데 이어, 이승훈이 체격 큰 유럽인들의 독무대였던 중장거리마저 제패했다. 한국 빙상이 세계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기록 중인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 네덜란드를 제쳤다. 밴쿠버 대회 전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이승훈의 성적은 경이적이다.
아시아인 최초로 5000m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1만m에서 다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아시아 선수는 금메달은 고사하고 메달을 딴 적도 없었다.
이승훈은 1m77, 70kg의 비교적 아담한 체격이다.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선수에 적합한 몸으로 보인다. 반면, 이승훈과 5000m에 이어 다시 금메달 경쟁을 펼친 스벤 크라머는 1m85, 80kg으로 스피디스케이팅 선수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승훈은 이런 신체적인 핸디캡을 모두 극복하고 정상에 섰다. 빙상인들이 모태범과 이상화의 금메달보다 이승훈의 1만m 금메달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아닌 쇼트트랙 선수였다.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절치부심 끝에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고, 불과 7개월 만에 세계 최고로 우뚝 섰다.

이승훈이 국제대회 1만m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 그의 기록 추이를 살펴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지난해 12월 전국종합빙상대회에 처음 출전해 14분01초64로 대회신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1월 10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3분21초04로 한국신기록을 수립한데 이어 40여일 만에 다시 기적같은 일을 만들어 냈다.

 바야흐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세계 1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