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세계 물의 날'이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듣는 얘기가 있다. 우리나라가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얘기. 하지만 분명히 해두자. 유엔은 한 번도 대한민국을 가리켜 '물 부족 국가'라고 말한 적이 없다. 오래전 미국의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내놓은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분석 결과를 우리 정부가 계속 재탕하고 있다. 그들은 한 국가의 연평균 강수량을 인구수로 나눠 일인당 강수량을 계산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을 거의 20~30%나 웃도는데 워낙 좁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인구수로 나누면 졸지에 사막국가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런 걸 분석이라고 내놓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오늘은 또 '세계 기상의 날'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낭비 국가'이다. 일년 중 매우 짧은 기간에 집중하여 쏟아지는 강수를 잘 관리해야 하는 '물 관리 필요 국가'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댐과 보를 건설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해 누수 방지와 물 절약 정책으로 수자원 활용의 극대화를 꾀하는 유럽 국가들로부터 배울 게 많아 보인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를 세 차례나 방문한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는 음식점에 들어가 앉기 무섭게 얼른 물컵부터 뒤집는다. 그러곤 물을 따르러 온 종업원에게 물은 꼭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사람에게만 따라주라고 신신당부한다. 지금 세계에는 줄잡아 9억명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는데 다 마시지도 않을 물을 컵 가득 채워주는 일은 죄악이라는 것이다.
'물의 미래'의 저자 에릭 오르세나는 묻는다. "굶어 죽을 것인가? 목말라 죽을 것인가?" 미래학자들은 이번 세기 동안 물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메콩강, 요단강, 나일강 등 여러 나라를 거쳐 흐르는 강들은 그야말로 태풍의 눈이다. 우리는 참으로 복을 넘치도록 받은 나라이다. 우리의 강은 모두 우리 땅에서 시작하여 우리 바다로 흐른다. 우리끼리만 잘 합의하여 보전하면 슬기롭게 물의 위기를 넘길 수 있다. 물 문제야말로 사회통합의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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