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동창회보가 우편으로 배달되어 와서 반갑게 받아 페이지를 넘기며 읽다가
<이래서는 안되는데...>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1년에 한 번 쯤 발행되는 100쪽이 될까 말까 하는 동창회보였는데
처음 십수 페이지가 인삿말로 체워져 있었고 그것도 일부 사람들의 극히 관념적인 글들로 일관하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이란 대개 이런 사람들이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장, 시장, 경찰청장, 판검사 등...
그 많은 사업가나 문화 예술인들, 1인활동가들은 뒤로 밀려나고 보이질 않고.
우리는 걸핏하면 우리의 역사와 기존의 질서 규범을 ’봉건적’ ’사대주의적’ ’ 식민지 근성’ ’군사 독재’ ’보수 꼴통’이라고 비판 부정 배척을 하면서 타파해야한다고 울부짖는다.
그러는 자기는 무슨 선구자나 투사라도 되는 것처럼 자유와 민주 그리고 진보를 내세운다.
역사와 전통.
바로 잡아야할 것은 바로 잡아야하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자유와 민주 그리고 진보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다양성과 창의성이 인정 받고 존중 받는 세상이다.
민주와 진보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오늘날, 아직도 <권력과 권세>가 이땅에서 인정을 받고 추앙을 받고 있다니 한심스럽다 못해 걱정스럽다.
어째서 관직을 가진 사람들만 유능하고 자랑스러운가?
장사를 하고 사업을 해서 세금을 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사람들은
왜 고맙고 자랑스럽지 않은가?
혼자서 자기 분야에서 활약하여 꽃을 피우고 있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일에
왜 우리는 이토록 인색한가?
말로는 권력에 아부하는 것을 그토록 미워들 하면서, 마음으로는 권력을 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는 이렇게 말과 행동 그리고 실천이 어려운 일들이 수 없이 많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손까지라고 한다.
머리는 생각을, 손은 실천을 뜻한다.
그래서 머리의 생각이 손으로 실천되기까지 평생이 걸리기도 한다.
# 1
옛날 어느 나라의 왕이 국민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학자를 궁궐로 불렀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보람있게 사는 것이오?"
하고 물었다.
학자는 대답했다.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착한 일만 하는 것입니다."
왕은 학자의 대답이 명성에 비해 너무 보잘것 없다는 생각이 들어 비웃듯이 말했다.
"그거야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다 아는 얘기 아니오?"
그러자 학자가 왕을 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는 얘기지만,
여든 살 먹은 노인도 실제로 지키기 힘든 얘기지요."
실천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시사하는 얘기이다.
# 2
폴 존슨은 유명인사들의 위대한 명성 뒤에 가려진 이중성을 고발하고 있다.
비판대에 오른 사람들은 다양하다.
공산주의 사상의 대부 칼 마르크스, 세계적 문호 톨스토이, 작가 헤밍웨이, 철학자 러셀,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 소설가 조지 오웰 등 이름만 대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저명한 사람들이다.
<자본가의 불법행위와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연구를 한 마르크스는
그의 집안 청소와 요리를 도맡아 했던 가정부에게 ’동전 한푼 주지 않았다’고 그는 주장한다.
톨스토이는 사창가를 드나들면서도 ‘여성과의 교제는 사회악’이라 주장했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대표적 교육사상가로, 인간의 존엄함을 역설한 계몽주의자 장 자크 루소는
’아이 양육과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평소 역설했지만 그의 생활과 주장은 달랐다.
그는 33세의 나이에 23세의 테레즈를 연인으로 삼았다.
그는 테레즈가 낳은 아이에게 성도 이름도 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낳은 아이 5명의 생년월일을 기록하지도 않았고,
그 아이들이 훗날 어떻게 됐는지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 3
마지막으로 이중기 시인의 <그 말이 가슴을 쳤다>는 시로 끝을 맺는다.
<쌀값 폭락했다고 데모하러 온 농사꾼들이 먼저
밥이나 먹고 보자며 자장면 집으로 몰려가자
그걸 지켜보던 밥집 주인 젊은 대머리가
저런, 저런, 쌀값 아직 한참은 더 떨어져야 돼
쌀 농사 지키자고 데모하는 작자들이
밥은 안 먹고 뭐! 수입 밀가루를 처먹어?
에라 이 화상들아
똥폼이나 잡지 말든지
나는 그 말 듣고 내 마음 일주문을 부숴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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