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절의 기도/권태원 프란치스코 -
하루라도 당신이 없으면 하늘이 무너지듯 야윈 가슴에 멍이 듭니다.
하루라도 당신이 없으면 비바람에 내 오두막은 쓰러지고 맙니다.
하루라도 당신을 부르지 않으면 바다처럼 온종일 울고 있을 겁니다.
예전엔 혼자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끝없는 고독에 갈대처럼 쓰러집니다.
예전엔 혼자 잠들 수 있었는데
이제는 촛불을 밝히고 밤새도록 울면서 기도합니다.
당신의 사랑에는 어제의 고통이 있습니다.
당신의 기도에는 오늘의 평화가 있습니다.
당신의 눈물 안에는 내일이 있고 당신의 용서 안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당신 앞에만 서면 아직도 내가 살아있음에 감동합니다.
당신 앞에만 서면 아직도 내가 죄인인 것을 느낍니다.
당신 앞에만 서면 아직도 내가 목이 마른 것을 고백합니다.
이제는 하루에 한 번 만이라도 당신을 마주보고 싶습니다.
하루에 한 번 만이라도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길을 걸으면 할 일도 없이 길을 거닐다 보면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당신에게 가고 싶습니다.
하루에 한 번 만이라도,
하루에 한 번 만이라도 당신의 말씀을 만나고 싶습니다.
오늘부터는 잠들기 전에 기도하게 해 주십시오.
잠들기 전에 사랑과 희망을 기도하게 해 주십시오.
잠들기 전에 보이지 않는 예수도 만나게 해 주십시오.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고통도 함께 나누게 하시고,
가난한 사람들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도 보게 해 주십시오.
용서할 수 없는 사람도 잠들기 전에,
잠들기 전에 용서할 수 있도록 나를 변화시켜 주십시오.
아무리 사랑할 수 없는 사람도 잠들기 전에,
잠들기 전에 사랑할 수 있도록 나를 바꾸어 주십시오.
살아가다보면 아름다움은 마침내 우리들 생의 뿌리입니다.
가난과 진실이야말로 우리들의 시입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길을 잃어버리는데
별빛 하나가 어두운 우리들의 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아 아, 누가 이 땅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습니까?
촛불도 꺼져가는 빈 방에서 시를 쓰면서 나는 슬픔의 꽃나무,
눈물의 꽃나무를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로 알기 위하여, 행복과 희망을 새롭게 만들기 위하여
오늘밤에도 만나고 있습니다.
그대들의 별을, 그대들의 눈물 섞인 아침이슬을.
당신이 오시는 길 위의 길에서
이제부터 나는 눈보다 희고 별보다 영롱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당신의 눈물보다 더 맑고 아름답게 살아가면서
깊어가는 밤에 홀로 기도하겠습니다.
꽃보다 찬란하고 눈물보다 깨끗하게, 짧고 푸르게 살아가겠습니다.
날이 저물어도 산이 깊어가도
나의 삶 속에 당신의 시냇물 소리를 들으면서
이슬처럼 별처럼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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