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의 아침에/권태원 프란치스코 -
당신은 내 영혼이 가난할 때 말없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빈 몸으로 쓰러질 때
내 마음에 파도로 물결치고 있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혼자 있을 때 봄날의 벚꽃으로 피어납니다.
내 마음이 어지럽게 흔들릴 때 호수의 거울처럼 나타납니다.
바람부는 날 눈물같은 별이 몇 개 보일 때 당신은 나에게 옵니다.
고통을 잊기 위하여 쓸쓸히 노래부를 때 당신이 보입니다.
세상 사는 일로 가슴이 아플 때나 빗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을 용서할 때
당신은 안개처럼 나에게 찾아옵니다.
밤을 새워 눈물로 기도할 때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당신은 나에게 옵니다.
당신을 밤새워 그리워하는 것은 내 삶이 갈대처럼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목메이게 부르는 것은 살아갈수록 내가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당신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당신이 아니면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당신의 사랑 하나만으로도
고통의 긴 강을 우리 함께 건너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의 평화 하나만으로도 눈물의 긴 밤을
우리 함께 기도하고 있는 것이 들리십니까?
사랑 하나만으로도 당신의 하늘을 우리 함께 열어가고 있슴이 느껴지십니까?
그동안 나는 고독이 밀려와도 울지 않았습니다.
어둠이 덮쳐와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절망이 몰려와도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삼백 육십 오일 비바람과 파도가 밀려와도 쓰러지고,
쓰러지고 일어서면서 어느새 나는 당신의 섬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나는 당신의 사랑이 되어 있었습니다.
당신과 내가 한 마음이 되어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당신과 내가 한 몸이 되어 하루 종일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당신과 나는 이미 둘이 아니고 깊이 있는 하나입니다.
당신 앞에서 나는 별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 당신 앞에서 나는 꽃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 앞에서 나는 새가 되고 싶습니다.
살아갈수록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당신 앞에서 나도 이제는 당신을 닮고 싶습니다.
이제는 당신을 당신이라 불러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당신을 사랑이라 외치고 싶습니다.
이제는 당신을 바다라고 노래하고 싶습니다.
더러는 하늘에서 더러는 산 위에서
누군가의 가슴에 당신은 비처럼 음악처럼 오십니다.
처음에는 당신을 눈물로 알게 되었지만
지금은 당신을 가슴으로 눈빛으로 알았습니다.
그대는 내가 되고 싶고 나는 그대가 되고 싶어도,
그대에게 가는 길은 너무나 아득하고 나에게 오는 길은 너무나 쓸쓸합니다.
오소서, 나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시는 당신이여.
나와 당신의 두 얼굴, 그 하나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그 곳에
바로 당신이 계신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오늘 하루도 믿음으로 당신을 볼 수 있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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