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배고픔'은 절대적이지만 '배아픔'은 상대적이다

뚜르(Tours) 2010. 4. 12. 14:58

 

빌 게이츠나 이건희가 땅을 샀다고 해서 배 아파 할 사람들은 없는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 할 사람들은 많다.
부럽기만 하던 친구가 어쩌다 잘못되면  안스러워 하기보다 ’내가 조금은 행복하다’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사람도 많다. 
친구가 어려워져서 내게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병원에 있는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은연중 자신이 건강함을 감사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같은 이치다.

우리는 매사를 남들과 비교한다.
타인의 불행을 통해서만 행복감을 경험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언제나 자신을 불행한 존재로 생각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비교를 하다보면 결국은 더 불행해 질 뿐이다.

하늘 높이 날고있는 독수리가 이렇게 말한다.
’나도 돌고래처럼 바다를 마음껏 헤엄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고래는 기린처럼 키가 컸으면 하고 바라고, 사자는 치타처럼 빨리 달릴 수 있으면 하고 바란다.
서로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알지도 못하고 찾지도 않으면서 남들이 가진 것만을 부러워한다.
자기만족을 못하는 것이다.

당나귀가 숲속을 혼자서 투덜거리며 걷고 있었다.
"아아, 나는 왜 이런 운명으로 태어났을까. 마음에 안들어.."
그 말을 들은 꼬리 없는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말을 걸었다.
"당나귀야, 무엇을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니?"
"아아, 원숭이구나. 나에게는 뿔이 없잖니?
소에게도 사슴에게도 양에게도 뿔이 있는데 하느님은 왜 나에게는 뿔을 주지 않았을까?"
"당나귀야, 나도 마찬가지야. 돼지도 다람쥐도 꼬리가 있는데 말이야...."
"아아, 정말 마음에 안들어."하며 당나귀와 원숭이가 우는 소리를 했다.
"시끄러워!  잠을 자려고 해도 잘 수가 없잖아!" 라며 두더지가 말했다.
"그 정도 일로 울고 있는 거야. 나를 좀 봐. 나는 낮에도 눈이 보이지 않는단 말이야.
그래도 나는 이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살고 있어."

이솝우화 중의 한 토막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위를 쳐다보면 한이 없다.
국민 행복지수를 보면 지금은 아일랜드가 1위를 차지했지만 한때는 방글라데시가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우리는 '절대빈곤'에서 벗어난 역사의 행운아지만 지금 '상대빈곤'이라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배아픈’ 사람은 자꾸 늘어나고 ’배고픈’ 사람도 아직 많다.
가진 것 없이도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배고픔’의 문제는 육신의 문제이고 ’배아픔’의 문제는 영혼의 문제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는 체로키 인디언의 말이 생각난다. 


#   1
 
 은전 한 닢
 
내가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錢莊(돈 바꾸는 집)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1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 
 "하~오(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하~오"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돈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전장 사람은 웃으면서 
 "하~오."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은전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돈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돈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빼앗아 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1원짜리를 줍니까?
각전角錢 한 닢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다양大洋’ 한 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피천득 지음 <인연因緣>에서


 
 
#   2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메추라기들이 후두두 날아오르며 잽싸게 숲 쪽으로 달아났다.
한데 그만 한 마리가 처지고 말았다.
매는 바로 그 놈에게 달려들었다.
깃털이 하늘로 흩어지고, 두 마리 새는 한데 엉켜 땅으로 떨어졌다.
매의 날카로운 부리가 메추라기를 연방 쪼아댔다.
잠시 후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 매의 발톱에는 죽은 메추라기가 쥐어 있었다.
매는 다시 산허리 쪽으로 날아가더니 아득히 사라져버렸다.
나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나 보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신 걸로 봐서 말이다.
“슬퍼하지 마라, 작은 나무야, 이게 자연의 이치라는 거다.
탈콘 매는 느린 놈을 잡아갔어.
그러면 느린 놈들이 자기를 닮은 느린 새끼들을 낳지 못하거든.
또 느린 놈 알이든 빠른 놈 알이든 가리지 않고, 메추라기 알이라면 모조리 먹어치우는 땅쥐들을 주로 잡아먹는 것도 탈콘 매들이란다.
말하자면 탈콘 매는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 거야. 메추라기를 도와주면서 말이다.”
할아버지가 칼로 땅을 파더니 부드러운 뿌리를 뽑아냈다.
껍질을 벗기자 겨울용으로 비축된 즙이 방울 져 솟아올랐다.
그것을 반으로 잘라 두꺼운 쪽을 나에게 주신 할아버지는 다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너도 꼭 알아두어야 하고.”
여기까지 말한 할아버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 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뺏어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그들은 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
그러니 사람들은 그 놈의 말과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

             포리스트 카터 지음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중에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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