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샘물

[묵상글] 무엇을 바라보고 사는가

뚜르(Tours) 2010. 5. 12. 00:28
 
무엇을 바라보고 사는가
    복음: 요한 14,6-14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얽힌 일화가 있다. 다 빈치는 이 그림을 그릴 때에 어떤 젊은이의 얼굴을 모델로 삼아 그리스도의
    얼굴을 그렸다고 한다. 당시 모델이 되었던 젊은이의 얼굴에는 사랑과 진지함이 가득하였기 때문에
    모델이 되었던 것이다. 그후 다 빈치는 일 년 동안 사도들의 얼굴을 그려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반자인 유다의 얼굴을 그려넣을 차례가 되었는데 적절
    한 모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 돌아다녀도 스승을 배반한 어두움과 악
    으로 가득찬 얼굴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술에 곤죽이 된 한 사람을 만났는데 바로 이 사람이다 싶어 얘기를
    하다 보니 놀랍게도 그는 몇 년 전 그리스도의 모델로 삼았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고 한다. 이 일화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잃어버릴 수 있는지를 잘 말해
    준다. 그리고 내면의 세계가 부패되면 그 얼굴이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사실도 암시
    하고 있다. 그런데 청순하고 진지함으로 가득차 있던 얼굴이 어둠과 악의로 가득찬
    얼굴로 변한 까닭은 무엇일까? 최후의 만찬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유다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 마치 추구하는 것이 여느 사도들과 다른 것처럼 보인다. 스패만(H. Spaemann)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시선을 두는 그 방향은 우리 존재를 점점 그 방향으로 이끌고, 우리 삶을
    그쪽으로 변화시킨다. 하느님을 바라보는 사람은 하느님을 향하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세상에 집착하게 된다.” 아무리 오랫동안 그리스도를 믿고 교회 안에 몸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상을 바라
    보고 살면 그리스도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결국 하느님 아버지께 다다를 수 없다. 신앙생활 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바라보고 사는가가 중요하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이 절실하게 들려온다.
    “여러분은 지상에 있는 것들에 마음을 두지 말고 천상에 있는 것들에 마음을두십
    시오.”(골로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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