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대책회의' 언제 그랬냐는듯 소멸
주축 진보연대 간부들 지방·교육감 선거에서 야권단일화 등 앞장서
2008년 5월 9일 서울 청계광장에 시민 1만여명(주최측 추산 2만5000여명)이 모였다. 2일부터 열린 촛불 집회와 외형상으론 별 차이가 없었지만 이 집회는 1500여개 시민단체가 만든 '광우병대책회의(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가 처음 주최한 시위였다.
이전의 촛불 집회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주도했지만 이후 100일 가까이 이어진 촛불 집회는 대부분 광우병대책회의가 주최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모차 행진과 거리 행진, 종교계 선언, 노동계 총력 투쟁 등의 주요 전술 역시 이 단체가 만들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지금은 활동을 중단해 사실상 소멸했다. 미국 쇠고기 수입이 갈수록 늘어나 국내 쇠고기시장 점유율이 12%(수입 쇠고기 시장의 33%)까지 올라갔는데도 미국 쇠고기가 들어오면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것처럼 선동했던 대책회의의 주도 인물들은 '광우병 투쟁' 대신 다음 달 2일 실시되는 지방·교육감 선거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 ▲ 2008년 6월 28일 밤 서울 태평로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청년이 쇠망치를 들고 있다. 이 청년은 대학생 유모씨로, 체포되기 전까지 시위대 사이에 ‘경찰 프락치’라는 루머가 돌았다. /전기병 기자
대책회의는 2년 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 건물 1층과 5층을 사무실로 사용했지만 9일 찾아간 이 건물에선 대책회의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홈페이지도 사라졌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 주소 'antimadcow.org'에 접속해보니 '도메인이 2010년 5월 5일부로 만료되었다'는 영문 안내만 남아 있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완전히 해산한 것은 아니고 축소된 형태로 정부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책회의의 주축이었던 한국진보연대 간부들은 최근 6·2 지방선거 야권 단일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2년 전 집회 때마다 나와 마이크를 잡았던 오종렬 진보연대 상임고문은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가 결렬 위기에 놓였던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김진표·유시민 후보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촉구해 경기지사 단일화의 주춧돌을 놓았다.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 역시 '2010유권자연대'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야당의 단일화 협상 테이블 '4+4 회의'에 참가했다.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협상도 이들이 주도했다. 박석운 대표는 '2010 서울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범시민 추대위'(이하 추대위)에서 후보 추천위원을 맡았고, 2년 전 대책회의 상황실에서 일했던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추대위 공동사무국장을 맡았다. 이들은 현재 서울교육감의 '진보 단일 후보'로 정해진 곽노현 후보 캠프에서도 일하고 있다.
광우병대책회의 조직팀장이던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범시민단체 차원의 유권자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연대'의 정책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이었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난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참여연대로 복귀했다. 지난 6일엔 서울광장 집회 허가를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정부는 시민의 광장을 열어달라는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광우병대책회의 행진팀장이던 김광일(반자본주의 단체 '다함께' 운영위원)씨는 경찰 수배를 피해 도피 중이다. 김씨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당하지 못한 촛불 수사에 응하지 않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취재팀은 대책회의 주요 간부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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