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절제와 조화 /박영하

뚜르(Tours) 2011. 5. 2. 14:03

    # 조수아는 카니발에서 여학생에게 프로포즈를 했지만 퇴짜를 당한다.
작고 어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낙망하여 집으로 돌아오다가 우연히 소원을 들어준다는 ‘졸타’라는 기계를 만나게 되었다.
조수아는 장난 반 기대 반으로 큰 어른이 되게 해달라고 빌어본다.
다음 날, 조수아는 서른 살의 어른으로 변해버린다.
크다는 것은 기쁨일까, 고통일까?
갑자기 커버린 아들을 어머니는 강간범으로 오인하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조수아는 가출을 하게 된다.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 조수아는 장난감 회사에 자리를 잡는다.
열두살의 소년이 갑자기 서른 살의 어른으로 커버리면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지겠는가.
조수아는 큰 것의 기쁨보다, 작았던 시절의 향수 때문에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이 이야기는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어린 소년이, 갑자기 커지면서 겪게 되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빅(Big)>의 내용이다. 

   #   Google이 등장하던 1999년, 검색사이트들은 저마다 희한하고 재미있는 서비스들을 자랑하며 홈페이지를 장식했다.
하지만 구글은 흰색 바탕에 ’Google’이라는 로고와 검색 창 하나만 있는 썰렁한 홈페이지를 선보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구글은 검색 시장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트라이더가 나오던 2004년,  PC 게임들은 복잡한 시나리오와  화려한 그래픽으로 장식된 네트워크 롤 플레잉 게임들의 전성 시대였다.
그런데 카트라이더는 귀여운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그래픽으로 구성되고, 단순한 동작 버튼 일곱 개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게임은 1년 만에 1,000만 명 사용자와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까지 끌어들이며 네트워크 게임의 지존이 되었다.

이들을 최고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단순함이다.
이들은 복잡한 것을 버리고 소비자들이 꼭 필요로 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강조했다.

 
   #   추운 겨울에 고슴도치 두마리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부둥켜 안았다.
그러나 몸에 돋은 가시가 서로를 찔러, 하는 수 없이 떨어져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잠을 청했다.
추위에 떨던 이들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또다시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 껴안았으나 가시 때문에 떨어지곤 했다.
이런 일이 몇차례 반복되다가, 마침내 두 마리의 고슴도치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도 가시에 찔리지 않는 적정한 거리를 찾아내게 되었다.


 

   #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것을 보면 무대 제일 앞자리에는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현악기를 연주하는 단원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무대의 맨 뒤에는 심벌즈 북과 같은 타악기를 연주하는 단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청중의 시선이 잘 미치지 않는 뒷자리에 가만히 있다가 자신이 연주할 때가 되면 다른 사람들의 연주와 잘 어울리는 소리를 낸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절제節制하지 못하고 자신이 연주 할 차례가 아닌 때에 소리를 내거나, 다른 사람의 연주와 조화調和되지 않는 소리를 내면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이 사회나 직장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힘들고 궂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은 똑똑하고 멋 있고 돈 많고 잘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조금은 못나고 가난하고 우둔한 사람이 있기에 잘난 사람이 더욱 빛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절제와 조화>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소금>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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