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아가야, 니가 이글을 읽을 때 즈음이면...."

뚜르(Tours) 2011. 9. 26. 16:47

아가야, 니가 이글을 읽을 때 즈음이면...." 

 

 

6살인 아들이 책꽂이에서 책 하나를 꺼내자,
사이에 흰 종이가 삐져나와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혹시..."

예감이 맞았습니다.
남편이 끼워놓은 종이더군요.
낯익은 글씨로 또박또박 적은
그의 편지를 보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아가야,
네가 이 글을 발견할 때쯤엔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거야.
책을 읽을 정도면 아빠가 없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에 편지를 끼워놓게 되는구나.

내가 많이 아프단다.
오래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의사에게서 들었을 때,
가장 걱정이 되었던 건
너희들이 아빠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다는 것이었어.

물론 네 곁에는 엄마가 있겠지만
아빠가 없다는 느낌은 굉장히 쓸쓸하고 서글프단다.

그래서 생각해봤어.
어떻게 하면 네가
아빠랑 같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 어떤 것이었는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알려준다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약간은 알 수 있을 거야.
그건 다른 사람들이,
엄마나 할머니가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다고 전해주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거야.

글은 신기한 도구지.
비록 나는 이 세상에 없지만
이런 글을 남김으로써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부디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아빠가 항상 함께 있으니까 슬퍼하지 마. 화이팅.'

 

 



편지 뒷장에는 책에 대해 느낀 점들이
몇 장에 걸쳐 적혀 있었습니다.

 


- 장영애 (새벽편지 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