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참 오묘한 스포츠다. 10년을 해도 별 진전이 없다. 하지만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70대를 쳤다가도 깜빡하면 백돌이 대열에 합류한다. 운동신경이 괜찮다고 꼭 잘하는 것 같지는 않다.
거리가 난다고 무조건 유리하지도 않다.
컨디션이 좋은 날 오히려 라운드를 망친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과 너무 닮았다.
인생의 수많은 교훈만큼이나 골프에도 별의별 숫자가 다 숨어 있다.
싱글 핸디캐퍼가 되기 위해 오늘도 미로를 헤매고 있는 주말 골퍼들을 위해 의미 있는 골프 숫자들을 모아봤다.
그렇다고 실력 향상에 당장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다.
재미 삼아 읽어 달라.
▶동양에서 9는 가장 큰 숫자다.
구운몽(九雲夢), 구곡간장(九曲肝腸), 구절양장(九折羊腸), 구산팔해(九山八海) 등이 그 예다.
노름의 섰다에서도 끝수로는 9(가보)가 가장 높다.
골프에선 이 9가 대표 숫자라 할 만하다.
전반 9홀, 후반 9홀을 도는 골프는 통상적으로 18홀 72타가 파 스코어다.
보기 플레이는 90타,더블보기 플레이는 108타다. 모두 9의 배수다.
홀의 지름은 4.25인치로 이를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08mm다. 그래서일까. 골프의 희로애락은 인생의 백팔번뇌에 비유된다.
▶아이언 클럽의 거리는 번호별로 10야드 또는 10m 차이가 난다.
핸디캡 10은 아마추어 싱글과 비싱글을 가르는 기준이다.
골퍼는 10타 단위로 뭉뚱그려 그룹이 지어진다.
90대를 치는 골퍼는 남을 못 가르쳐 안달이고 80대는 물어봐야 알려주며, 70대는 사정사정해야 겨우 알려주고 프로골퍼는 돈을 받아야
알려준다는 식이다.
10번째 홀은 후반 첫 홀이기도 하다. 잘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홀이다.
▶10초 룰과 10야드 룰, 곱하기 10 룰이란 것도 있다.
10초 룰은 퍼트한 공이 홀 가장자리에 걸쳐 있을 때 기다려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주말 골퍼들 사이에서야 그럴 일이 없겠지만 프로들에겐 11초 만에 공이 홀에 떨어지면 1타가 가산된다.
참고로 러프에 들어갔을 때 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5분이다. 10야드 룰은
아이언샷 때 벙커나 해저드가 앞에 있으면 10야드를 길게 봐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곱하기 10 룰은 퍼트 때 홀까지의 높낮이에 10배를 곱해 거리를 가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홀이 공보다 50cm 높은 지점에 있으면 5m를 길게 치는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
반면 아이언샷은 그린까지의 고저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오르막 포대 그린의 경우 5야드가 높으면 한 클럽을 길게 잡아야 한다.
내려다보이는 그린은 10야드 단위로 한 클럽씩 짧게 잡으면 된다.
▶그린 주변에서 하는 칩샷은 공을 띄워(캐리) 보낸 뒤 굴러가게(롤) 하는 샷이다.
보통 주말 골퍼들은 1개의 클럽만 고집하는데 상황에 따라 여러 클럽을 사용할 수 있다면 유용하다.
클럽별 캐리와 롤의 비율을 기억해두자.
샌드웨지는 캐리와 롤이 1 대 1이다. 떠서 간 거리와 굴러간 거리가 비슷하다는 얘기다.
피칭웨지는 1 대 2, 9번 아이언은 1 대 3, 8번 아이언은 1 대 4, 7번 아이언은 1 대 5로 굴러가는 거리가 늘어난다.
주말 골퍼는 앞에 장애물이 없다면 로프트가 큰 클럽으로 굴려서 어프로치하는 게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클럽은 바꾸지 않고 그립 위치만 변경함으로써 거리를 조절할 수도 있다.
아이언의 경우 1인치(약 2.54cm)를 내려 잡으면 7야드 정도 거리가 줄어든다고 한다.
드라이버는 10야드. 앤서니 김은 극단적으로 클럽을 짧게 잡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렸을 때부터 버릇이라고 하는데 실제 비거리 손실은 얼마 되지 않는 셈이다.
주말 골퍼의 경우 클럽을 짧게 잡으면 임팩트가 좋아지고 자신감도 붙으니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하다.
▶골프에서 드라이버는 쇼이고, 퍼트가 돈이라는 말이 있다.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는 보기에는 시원하지만 타수에는 퍼트 실력이 더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퍼트에는 43룰(17인치)이 있다.
퍼트할 때 공이 홀을 43cm 지나갈 정도로 쳐야 성공 확률이 높고 다음 퍼트를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코어에서 퍼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대체로 43%라고 한다.
90개를 치는 보기 플레이어는 약 38개의 퍼트를 한다.
이븐파를 치는 프로골퍼는 약 31개. 그린 위에서만 7타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골프공도 알고 치면 좋다. 공에는 대체로 1∼4까지의 숫자가 인쇄돼 있다.
요즘은 5, 7이나 11, 33, 55, 77 등 큰 숫자도 보인다.
같은 제품을 쓰는 동반자끼리 자신의 공을 식별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공에 작은 글씨로 300 이상의 숫자가 인쇄된 것도 있다.
이는 딤플(골프공 표면에 파인 분화구 모양의 홈)의 개수다.
딤플은 공기 저항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딤플 개수가 많다고 해서 꼭 비거리가 느는 것은 아니다.
공 제조사가 어떤 의도로 딤플을 만들었는지 체크해보는 게 중요하다.
▶이보다는 공의 크기와 무게, 몇 중 구조인지가 비거리에 더 영향을 미친다.
작고 무거운 것과 2피스 공이 비거리가 더 나온다.
그래서 공의 무게는 1.62온스(약 45.9g) 이하, 지름은 1.68인치(약 42.7mm)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
2피스는 3피스 공에 비해 스핀이 적게 걸리는 대신 멀리 날아간다.
공에 새겨진 1∼4까지 숫자의 색깔도 비거리와 관련이 있다.
이는 공의 압축 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검정 빨강 파랑 초록색 순이다.
일반적으로 공이 단단할수록 반발력은 좋지만 탄도는 낮아지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헤드 스피드를 갖춰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검은색은 프로 또는 아마추어 장타자, 빨간색은 남자 주말 골퍼, 파란색 이하는 여성 또는 초보자에게 적당하다.
▶휴대전화 뒷자리 번호로 1872나 9017, 0707 등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골사모(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고 보면 맞다.
1872는 18홀 72타로 아마추어에겐 꿈의 스코어다.
9017은 영어 알파벳 golf를 형상화한 것.
0707은 공을 치고 싶은 마음을 강조한 번호다.
잘 치면 일은 안 하고 공만 쳤냐고 욕먹고, 못 치면 공도 못 치면서 어떻게 일은 잘하겠냐고 욕먹는 골프.
그래도 기왕 시작한 골프라면 “사장님 굿 샷” 소리가 연방 나올 때까지 한번 달려보자.
장환수 /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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