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가차 없이 잊어라!

뚜르(Tours) 2012. 10. 24. 00:49

운명을 받아들이고 세상과 싸워 나가려면 과거를 냉정하게 잊을 수 있어야 한다.
뒤돌아보면 아쉬워지고, 아쉬우면 그리워하게 된다.
그러면 운명에 용감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의 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후한 시대에 맹민이라는 이가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시루를 등에 지고 걷고 있는데, 갑자기 시루가 땅에 떨어져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기만 했다.
이 모습을 본 곽태라는 자가 그를 불러 세웠다.
맹민의 행동이 사뭇 기이했기 때문이다.
“시루가 깨졌으면 한 번 정도는 돌아보고 아쉬워할 것 아닌가.
자네는 어찌하여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는가?”
맹민이 대답했다.
“시루가 이미 깨져서 아무런 소용도 없어졌는데 그것을 되돌아본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 말에 놀란 곽태는 맹민에게 학문에 힘쓸 것을 권했고, 훗날 맹민은 높은 벼슬에 올라 천하에 이름을 알렸다.


맹민은 ‘방금 지나간 과거’조차 가차 없이 잊어버리고 다음 발걸음에 힘을 쏟는 ‘전진의 대명사’라 할 만하다.
우리 시대 창의적 사고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잡스 역시 과거를 잊고 늘 미래를 향해 전진했다.
그는 생전에 한 콘퍼런스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뒤를 돌아보는 일은 여기서 중단하자.
중요한 건 내일이다.
뒤를 돌아보면서 ‘젠장, 내가 해고당하지 않았다면 좋을 텐데’, ‘내가 거기 있었다면 좋을 텐데’, ‘내가 그 일을 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한들 무슨 소용인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제 일어난 일들을 걱정하느니 차라리 내일을 발명해 나가도록 하자.”


물론 과거로부터 배우고, 지나간 실패를 되짚어 미래의 교훈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에 연연하는 정도가 지나치다면 운명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의 ‘비겁한 추억’이 될 수도 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 도전하고,
한 번도 지지 않은 사람처럼 전진하자.
그럴 때 비로소 주어진 운명 속에서 새로운 내일을 발명할 수 있다.


이남훈 / 경제 경영 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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