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원(69) 코리안리 부회장은 지난 15년간 이 회사의 사장을 지냈다.
다섯
번이나 연임했고, 보험업계 최장수 CEO라는 기록을 세웠다.
뚝심과 추진력으로 회사를 키웠다.
아시아 1위의 재보험회사로
만들었다.
지난달 14일 퇴임식을 갖고 사장에서 물러난 그에게 비밀이 생겼다.
회사에서
150억원 정도의 거액 퇴직금을 받은 일이다.
서민들은 꿈에서도 만져보기 힘든 큰돈이다.
박 부회장 주변과 코리안리 측은 이걸
쉬쉬한다.
"알려져 봐야 좋을 것이 없다. 금액이 너무 크다고 여론의 비판을 받을 것 같다"는 것이 이유다.
그가 이런 거액 퇴직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덮어놓고 금액이 크다는 것만 문제를 삼을 가능성이 높으니 아예 비밀로 하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 1998년 코리안리(당시 대한재보험) 사장에
취임했다.
재정경제부 국장을 마치고 내려온 낙하산이었다.
그의 관료 생활은 화려하지 않았고, 그래선지 퇴임 후 가게 된 자리도 시원치
않았다.
회사는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당기손실이 2800억원까지 예상되면서 난파 직전에 몰려 있었다.
주변에서는 "하필 그런 회사로
갔느냐. 1~2년 월급이나 받다 나와야겠다"고 했다.
그는 달랐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기업 혁신을 시작했다.
"앞으로 닥쳐올
전쟁과 같은 고통과 시련에 맞서는 야전 사령관과 같은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는 취임사를 행동으로 옮겼다.
그에게는 ’야성(野性)의
승부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내가 해병대 출신이다.
해병대 작전은 간단하다.
상륙 작전으로 적진
한가운데에 침투한다.
거기서 싸워 이겨서 살아남거나 아니면 죽는 게 해병대다.
그렇게 살아남는 게 야성이다.
사람들이 야성이라고
하면 거칠고 우악스러운 것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야성의 사전적 의미는 생존 본능이다. 살아남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전 직원을 이끌고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직원들과 함께 등반대를 만들어 히말라야 칼라파타르봉(해발 5550m)에 올랐다.
독선적이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이런 강행군으로 직원들에게
’하면 된다’는 정신을 심었다.
회사는 해마다 커졌다.
운도 따랐지만,코리안리는 지난해까지 수입 보험료 측면에서
연평균 12%의 초고속 성장을 했다.
세계 10위의 재보험사가 됐다.
올해 당기순이익은 2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처음 취임했을 때 ’비전 2020’이라는 계획을 만들었다.
2020년까지 세계
10위가 되자는 목표였다.
목표를 10년 정도 앞당겨 달성했다.
코리안리는 앞으로 2015년에는 세계 8위, 2020년에는 세계
5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박 부회장에게 회사가 거액의 퇴직금을 준 것은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15년간 최고 경영자로 지내면서 흠이나 잘못도 적지 않을 것이지만, 그가 흘린 땀과 회사를 키운 공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하니 컴컴한 뒷거래일 리도 없다.
그런데도 금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쉬쉬한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우리 국민들을 알기 때문이다.
서글픈 일이다.
기고자 :
이진석 / 조선일보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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