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새해’ 그리고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

뚜르(Tours) 2014. 1. 7. 13:51

묵은해는 지나가고, 2014년 새해가 되었다. 한데 ‘묵은해’와 ‘새해’라는 구분은 무엇인가? 그 것은 ‘칼렌다’상의 구분이다. 사람들은 새해 첫 ‘해맞이’를 한다면서 높은 산에 오르기도 하고 동해안 바닷가로 가기도 한다. 그러나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그 태양은 묵은해의 어제나 새해의 오늘에나 똑같다. 새해의 ‘오늘’이라는 날은 묵은해의 ‘어제’와 다를 것이 없다.

강물이 바다를 향해 계속 흘러가듯이 시간도 쉼 없이 우리의 삶과 관계없이 계속 흘러 가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에 대한 이해를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크로노스’(chronos ) 시간 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리스 철학자들은 또 다른 시간의 개념인 ‘카이로스’ (kairos)를 얘기했다. 이 ‘카이로스’는 인격적인 행위와 관계된 시간으로서 , 어떤 목적에 연결되는 시간이다. 그러나 ‘크로노스’는 어떤 사건에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또는 비인격적으로 똑딱 거리며 흘러가는 시간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들 말한다. 그것은 ‘크로노스’의 시간을 말한다. 그러나 나이에 따라 시간에 대한 느낌이 다르다. 젊은 시절에는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는 것같이 느낀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20대 때는 시간이 20마일로 가는 것 같더니 50대에서는 50마일, 70대가 되면 70마일, 80대가 되면, 시간이 80마일로 달려가는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종말’의 때에 연결되는, ‘카이로스’적 시간 개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이 무심히 흐르고 있지만, 어떤 ‘때 거기에 특별한 ‘목적’과 ‘사건’ 에 연결이 되면 그 시간은 의미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된다.

우리에게 지금 닥아 온 2014년이라는 시간에, ‘새해’ 의 의미를 부여하고, 새해의 결심, 새해의 목표를 세우는 등 의미 있는 새해를 맞이한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삶이 ‘카이로스’의 시간에 연결이 되는 것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사람은 같은 강물에서 두 번 목욕할 수 없다”라는 말을 하였다. 무심히 보면 그저 같은 강물에서 목욕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가 목욕하고 나왔을 때 그 강물은 이미 그가 목욕했던, 같은 물이 아니다. 시간은 강물처럼 그렇게 계속 무심히 흘러가고 있지만, 어떤 때 그 강물에 들어가 목욕하고 나온 사람에게 그 강물은, 무심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격체와 어떤 목적에 연결된,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시간으로 흐른 것이 된다. 그리고 그 강물에서 목욕했던 시간은 그의 마음에 ‘추억’이라는,’ 의미’가 부여된 ‘영원’한 시간으로 남아있게 된다.

우리는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한다. 2014년의, 365일, 8,760시간이라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그저 ‘크로노스’적 시간으로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흘려보낼 것인가?

혹은 이기심, 욕심, 시기, 불평, 불화, 증오, 원한 등의 ‘나쁜’기억들로 점철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매일 매일, 시간 시간을, 의미있고, 평화와 감사가 넘치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며, 그래서 보람차고, 무언가 결실을 맺는, 가치 있는 시간들로 채울 것인가? 그래서 또 금년 마지막 날에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 채울 것인가? 하는 모든 것은 전적으로 매일, 매순간 나의 인격적 결단에 달려 있다.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성서의 한 구절에서 베드로 사도가 말했듯이, 주안에서 ‘하루를 천년같이, 또 천년을 하루같이’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김택규  /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