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우리는 할 수 있다

뚜르(Tours) 2014. 1. 10. 01:31

 

"죽음의 상인 사망.
알프레드 노벨 박사,
가장 빠른 방법으로 가장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 떼돈을 번 인물, 어제 사망하다."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1833~1896)은 1895년 프랑스 파리에서 한 신문이 보도한 자신의 사망 기사를 접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기사는 그의 형 루드비히의 죽음을 잘못 안 오보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죽음의 상인’으로 지칭하고,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죽이는 데 일조한 인물로 각인한 사실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세상에 기억될 것인가?”
살아 있는 노벨의 부고 기사는 스스로를 반추하고 참된 삶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유럽 최대의 부호가 된 노벨은 그 자리에서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자기 재산에서 생기는 이자로 물리학, 화학, 생리학 및 의학, 문학, 평화 분야에서 공헌이 있는 사람에게 해마다 상을 주라는 내용입니다.
노벨은 그로부터 1년 뒤 사망했습니다.
그의 유언은 유산을 기부받은 스웨덴 과학아카데미에 의해 1901년부터 노벨상(Nobel Prize)으로 부활했습니다.
죽음의 상인이 평화의 사도로 환골탈태한 것입니다.


 

노벨이 유언장을 쓰던 그 무렵 이 땅의 마지막 왕조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보국안민(輔國安民) 제폭구민(除暴救民)의 기치를 내걸었던 동학군의 수장 전봉준(全琫準)이 4월 23일 교수형에 처해졌고, 8월 20일 명성(明成)황후 민비가 시해당하는 을미(乙未)사변이 일어났습니다.
11월 15일에는 일제의 강압으로 단발령 조칙을 내려 온 나라가 울분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왜당(倭黨) 청당(淸黨) 아당(我黨) 무리의 각축 속에 국권은 절멸(絶滅)로 치닫고, 왕권은 능멸(凌蔑)당하고, 민권은 파멸(破滅)했습니다.


 

그로부터 100여 년, 새롭게 태어난 한국은 한 세기를 거치면서 ‘세계의 한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비록 분단된 작은 나라지만 UN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G20 의장국을 역임했습니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고 기능올림픽을 13번이나 석권했습니다.
약소국에서 강소국으로 발돋움한 것입니다.

각종 지표에 나타난 한국의 위상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조선과 휴대전화 생산 기술은 단연 세계제일입니다.
조선 능력은 유조선, 컨테이너선, 화물선, LNG운반선, 쇄빙선에다 이지스함 건조에 이르기까지 세계 업계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한국산 휴대전화는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은 시설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6년 연속 항공화물 실적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용자 수(100명 중 61명)가 세계3위인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했는가 하면
자동차 생산(427만 2,000대), 철강 생산(5,840만 톤), 원자력발전소(20기),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100명 중 34명)는 세계 5위에 이르렀습니다.
외환보유액(2,876억 달러) 6위, 수출규모(4,660억 달러) 7위, 국민총생산규모(GDP) 10위의 한국은 종합국력 9위 국가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1천만 명을 돌파하면서 한국은 의료 강국으로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명품 브랜드는 한국 시장이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가수들의 노래와 춤에 매료된 세계의 젊은이들은 동남아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남미에서까지 열광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을 누가 작고 못난 나라라고 헐뜯고 얕볼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한국을 명실상부한 ‘동방의 별’로 떠오르게 한 원동력은 근로의욕과 교육열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연말 발간한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그것을 잘 입증해 줍니다.
한국은 1인당 연간 노동시간 2,19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습니다.
미국 유학생(7만 2,153명)과 미국 내 외국 학자(9,796명) 수가 3위에 이르는 것을 보면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이 얼마만큼 뜨거운가를 짐작하게 합니다.

 

새해 원단(元旦)에는 모두가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합니다.
담배를 끊겠다,
요리법을 익혀 삼식(三食)이 구박을 면하겠다,
한 해 동안 책을 100권 읽겠다,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겠다,
컴맹을 면하겠다,
연내에 시집 장가 가겠다,
귀농하겠다,
창업을 해 돈을 벌겠다,
아기를 갖겠다,
외국 유학을 가겠다,
기필코 일자리를 구하겠다….
사즉생(死卽生)의 염원으로 뜻이 돈독하면 길은 열릴 것입니다.

이만큼 이룩한 우리의 위상을 전화(戰禍)와 가난, 배고픈 과거로 되돌리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노벨처럼 기득권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과 국가와 세계를 위한 발상전환을 하면
한국인은 어떤 난관도 극복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은 남을 탓하는 ‘때문에’가 아니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덕분에’를 강조할 때 더욱 강력해집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김홍묵 /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