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이로에서 넝마주의들과 함께 22년을 경험했다.
나의 회교도 친구들 가운데 한 사람인 바바 무스타파는 태어나면서부터 장님이다.
빈민가에 살고 있는 그는 매일 같이 내가 사는 골목 끝,
쓰레기 더미 한가운데 골판지 하나를 깔고 앉아 있다.
그의 곁에 다가가 한담을 나누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른다.
“어떻게 지내세요. 할아버지?”
그러면 이가 빠진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는 노래하는 듯 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한다.
“주변의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신께 감사할 따름이지요.
닭의 울음소리도 들리고 어린아이의 고함소리,
자동차 구르는 소리, 넝마들끼리 인사라는 소리도 들립니다.
제 주변에서 노래하고 있는 삶과 하나가되니 제 마음도 함께 노래한답니다.
태양이 따뜻하게 쬐어주지요.
전 부족한 게 하나도 없답니다. 신께 감사하지요.”
어둠에 잠긴 이 얼굴에서는 온화한 빛이 뿜어 나온다.
그 빛에는 지혜가 깃들여 있다.
쓰레기양탄자 위에 앉은 그는 놀라운 부를 찾은 것이다.
그는 자신의 땅도 마음도 울타리로 가두지 않았다.
그는 네 벽속에 갇히지 않았다.
그는 주변의 모든 것들과 우정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는 소유하지 않고 향유한다.
그는 만물을 향유한다.
그는 흘러가는 시간너머로 영원의 울림을 분간해 내는 것이다.
- 풍요로운 가난 p124-125 애서 발췌 - 엠마누엘 수녀지음.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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