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례(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이냐시오 성인은 시리아의 안티오키아(현재는 터키의 안타키아)에서 태어나
그곳의 주교가 되었다. 요한 사도의 제자였다고도 하는 그는 초대 교회의 중요
한 지역이었던 안티오키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110년 무렵 로마에서 순
교하였다. 이냐시오 주교는 안티오키아에서 로마로 압송되는 도중 들르는 곳
마다 신자들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 편지들은 지금까지 보존되어 초대 교회의
신앙생활에 관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께 희망을 두고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
하는 이들이며, 복음에 대한 믿음으로 성령의 인장을 받은 이들이라고 가르친
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위선을 조심하라고 이르신 뒤, 숨겨
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말씀하신다. 또한 하느님이 아니라 세상의 권세
를 두려워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라고 이르신다(복음).
제1독서
형제 여러분, 만물을 당신의 결정과 뜻대로 이루시는 분의 의향에 따라 미리
정해진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몫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
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진리의 말씀, 곧 여러분을 위한 구원의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 안에서 믿게 되었을 때, 약속된 성령의 인장을 받았습니다. 우
리가 하느님의 소유로서 속량될 때까지, 이 성령께서 우리가 받을 상속의 보증
이 되어 주시어,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십니다.(에페 1,11-14)
복음
그때에 수많은 군중이 모여들어 서로 밟힐 지경이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먼
저 제자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여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너희가 어두운 데에서 한 말을 사람들이 모두 밝은 데에서 들을 것
이다.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속삭인 말은 지붕 위에서 선포될 것이다.
나의 벗인 너희에게 말한다.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누구를 두려워해야 할지 너희에게 알려 주겠다.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
지는 권한을 가시신 분을 두려워하여라.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바로
그분을 두려워하여라.
참새 다섯 마리가 두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하느
님께서 잊지 않으신다.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
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루카 12,1-7)
오늘의 묵상
오늘 교회가 기리는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는 초대 교회의 대표적인
교부입니다. 그의 자세한 생애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요한 사도의 제자이자
어린 시절 예수님을 직접 뵈었던 인물이라는 전승을 보아도 초대 교회가 그를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냐시오가 안티오키아에서 체포되어 로마로 끌려가는 고초를 당하면서도
들르는 곳마다 신자들에게 보낸 '일곱 편지'는 교회사적 가치만이아니라 우리
에게도 깊은 감동과 전율을 일으키게 하는 소중한 신앙의 유산입니다.
"여러분 각자는 합창단이 되십시오. 그래서 화합하여 조화를 이루고 일치하
여 하느님의 곡조를 받으면서, 한목소리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께
노래를 불러 드리십시오." 에페소의 신자들에 대한 이냐시오의 이 유명한 말씀
은, 그가 목자로서 교회 공동체의 일치를 위하여 얼마나 열정적으로 헌신했는
지를 잘 보여 줍니다.
그는 또한 겉치레에 마음을 쓰는 대신 사랑과 믿음을 통한 고요함 속에서 참
된 존재 안에 머무르도록 격려하며 이렇게 가르칩니다.
"말로 주님, 주님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 있지 않기보다는 말없이 그리스도인
으로 존재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진실하게 지니고 있는 이는
그분의 침묵까지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완성되고, 말한 대로
행할 수 있으며, 침묵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순교를 눈앞에 둔 이냐시오가 로마의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드러난 그의 강한 신앙돠 용기가 큰 감동을 줍니다. 그는 '맹수의 이빨에 갈리는
그리스도의 밀알'이 되는 순교의 고통 속에서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의 자유인'
이 될 것이며, 학대 속에서 '이제 바로소 제자가 되어 간다.'고 고백합니다.
우리 또한 '제자가 되어 가는 길'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난과 유혹
속에서 과연 어떻게 '그리스도인으로 존재할 것인지'를 이 위대한 교부에게서
배워야 하겠습니다.(매일미사에서 옮겨 적음)
-----------------------------------------------------------------
오늘의 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거룩한 순교자들의 신앙 고백으로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를 영광스럽게 하시니,
순교로 불멸의 월계관을 받은 복된 이냐시오를 본받아,
저희도 굳센 믿음으로 영원한 구원에 이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10. 17.
Martinus
♬ 묵주 기도 드릴 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