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례(연중 제28주간 목요일)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의 신자들에게 인사한 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베푸신 은총을 강조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을
꾸짖으시며 그들이 그들의 조상과 마찬가지로 예언자들의 피에 대한 책임을 져
야 할 것이라 단언하신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까지도 영원한 생명의 길에 들어가
지 못하게 한 것이다(복음).
제1독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도가 된 바오로가 예페소에 있는 성
도 들과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사는 신자들에게 인사합니다. 하느님 우리 아버
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
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
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
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그 풍성한 은총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느님
께서는 이 은총을 우리에게 넘치도록 베푸셨습니다.
당신의 지혜와 통찰력을 다하시어, 그리스도 안에서 미리 세우신 당신 선의에
따라 우리에게 당신 뜻의 신비를 알려 주셨습니다. 그것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데 모으는 계획입니다.(에페
1,1-10)
복음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는 불행하여라! 바로 너희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너희가 만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너희 조상들은 예언자들을 죽이고 너희는 그들의 무덤
을 만들고 있으니, 조상들이 저지른 소행을 너희가 증언하고 또 동조하는 것이
다.
그래서 하느님의 지혜도, '내가 예언자들과 사도들을 그들에게 보낼 터인데,
그들은 이들 가운데에서 더러는 죽이고 더러는 박해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
다. 그러니 세상 창조 이래 쏟아진 모든 예언자의 피에 대한 책임을 이 세대가
져야 할 것이다. 아벨의 피부터, 제단과 성소 사이에서 죽어 간 즈카르야의 피
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
가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불행하여라, 너희 율법 교사들아!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그 집을 나오시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독한 앙심을 품
고 많은 질문으로 그분을 몰아대기 시작하였다.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
으로 그분을 옭아매려고 노렸던 것이다.(루카 11,47-54)
오늘의 묵상
일본에서 주로 작품 활동을 해 오며 현대 미술의 대가로 인정받는 이우환 화
백은, 자신의 미술 세계의 바탕을 엿보게 하는 미학적이고 철학적인 비평으로도
유명합니다. 그가 일본 미술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주목받던 60년대 말에
쓴 글 가운데 현대 미술을 지배하는 주관주의와 관념주의에 대한 비판이 무척 인
상적이었습니다.
그는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하이데거의 기본 통찰을 받아들여 오늘날의 문명
과 예술의 근본 문제를 이렇게 진단합니다. "세계를 구상 실현을 위한 대상화의
소재로 규정하고 모든 것을 그 인식 대상으로 몰아세우는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
방식은 근대의 특유한 의식 작용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는 세계로부
터 떼어 내어 인간적 표상물로 새기고, 다시 세계 그 자체마저도 이미지화하기
때문이다. (중략) 이처럼 표상 작용에 의해 세계 전반을 '인간'의 소유 아래 두려
는 점에서 허상 생산의 물량적이고 산업 주의적인 성격이 드러난다"(『만남을 찾
아서』에서).
이에 따라 그는 세계를 인간의 관점으로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만남'을 지향
하는 것이 예술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지나 공기, 시간과 같이
존재하는 것과의 불가분의 관계에서 바로 그것이 나무이며, 돌이며, 인간인 것처
럼, 오히려 의식 자체를 표상 작용에서 해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세계는 만남
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다. 또 세계는 대상 의식을 초월한 상호 매개의 열린 장소
이자 안과 밖이 같이 있는 장소이다."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불행하다고 꾸짖으시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
은 사랑을 실천하기보다는 명예에 집착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위의 뿌리에는 자
신의 관점으로 계명을 '표상'할 뿐 다가온 하느님 나라를 '지각'하지 못한 '인식의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1독서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은총의 세계'와
만나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선입관에 제한된 '세계상'에서 해방
되어, 자신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오는 은총의 세계와 만나는 것이야말로 행
복의 길이라는 사실을, 한 예술가의 통찰과 함께 다시 한 번 성찰해 봅니다.(매일
미사에서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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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하느님,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율법의 완성이라고 하셨으니,
저희가 그 사랑의 정신으로 하느님의 계명을 지켜,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10. 16.
Mart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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