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당신이 문득 떠나고 싶을 때 /이기헌

뚜르(Tours) 2018. 12. 15. 06:53

 

 

당신이 문득 떠나고 싶을 때

 

                                      이기헌

 

 

도시 생활에 찌들어 살다가

서쪽 하늘에 물든 노을을 보고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면

또 고요한 밤이 먼 데서 오고

마음속에 들어온 노을은 침묵한다

 

오늘이 고달프다고 말하지는 말지니

당신이 문득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없다고 아쉬워하지 마라

 

누구나 벅찬 가슴을 안고

하늘의 노을을 바라보지만

한순간 불타오르다 수그러든다

 

왕궁은 무지개 아래에 있고

사람들 또한 그 아래 집을 짓는다

 

저녁노을이 짙게 물들어가도

눈물을 아는 자만이 먼 길을

떠나갈 자격을 부여받았을 뿐이다

 

시집당신이 문득 떠나고 싶을 때(문학의 전당, 2018) 

 

 출처 : 블로그 '하루 시 한 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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