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아우라지성당

뚜르(Tours) 2023. 8. 26. 08:55

 

독한 놈  / 송찬호

 

쥐구멍으로 쥐가 쏙 들어가는 걸 보고

막대기로 구멍을 쑤시고

야옹야옹 고양이 흉내를 내다가

또 거기다 대고 오줌을 누었다

다른 때보다 한참 더 오줌을 누었다

쥐구멍 속에서 쥐가 나를 보고

독한 놈,

이러겠다

- 송찬호,『초록 토끼를 만났다』(문학동네, 2017)

 

 

오래전에 성령기도회 봉사를 하던 때

강사로 모셨던 신부님에 관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11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셨는데 집이 너무나 가난했답니다.

한 방에 11남매가 뒤섞여 잠자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막내의 머리를 쥐가 갉아 먹었더랍니다.

 

어느 해 2월, 폭설이 내리는 날

그 신부님이 계신 강원도 아우라지성당 철야기도회에

찬미 봉사하러 떠나는 찬미 봉사자들과 함께

서울에서 정선을 지나 아우라지까지 갔었습니다.

저와 형제 봉사자 한 분, 여성 찬미봉사자 두 분과 함께 

영동고속도로를 소형차로 가면서 신비한 체험을 했었지요.

 

통행이 금지된 눈 덮인 고속도로는

차선도 없어졌고 갓길도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되돌아가야 한다 말했더니 신심 깊은 찬미 봉사자들이

주님과 성모님께 끊임없이 기도하며 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때 우리 차 앞에 차 한 대가 정차하고 있다가

우리를 보더니 다시 주행하기 시작했고 

두 차가 서로 번갈아 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주행을 해서

고속도로를 벗어났지요.

 

정선으로 가는 국도는 더 위험했습니다.

낭떠러지도 있고 도로변 배수로도 있고 차선도 없어졌습니다.

언덕에서 모두 내려 차를 밀고 있을 때

큰 트럭 한 대가 우리를 앞질러 갔습니다.

산골 오지 마을로 생필품을 싣고 가는 트럭인데

우리 차가 따라가도록 천천히 길을 안내하듯 앞서 갔고

우리는 저녁 다섯 시에 아우라지성당에 도착해

할머니들의 환영 박수를 받았었지요.

 

기적을 일궈 주신 완전한 타자(他者)와

영원한 도움의 어머니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 기억이 새롭습니다.

 

2023.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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