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노래 /현혜숙
추락하는 낙엽을 온몸으로 안는다.
나무 잔가지 숲을 가로지르던 바람
늘 축축한 기억이다.
어스름한 뿌리께 허리를 눕히고
관자놀이에 담긴 피와 살
바람을 접어 넣는다.
진하게 햇볕을 들여 마시던 손끝
뼈 속 가득 채워지는 숨소리에 파닥거린다.
밤이 지나면 마른 살을 치는 그리움
단단하게 굳은 근육은 버석거리고
건들이기만 해도 비워내는 하늘
귀향을 서두른다.
세상은 변한 게 아니다.
자신의 몸에 스스로 구멍을 내
허공 한 채를 들이는 것처럼
서로 살이 닿지 않는 노래
물푸레나무 뿌리에 숨어든다.
가슴 삭이는 맨가지의 노래에
가을바람이 부끄러운지 흐느끼고 있다.
온기를 꿈꾸며 함께 하던 하늘이
머리 위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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