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낙엽의 노래 /현혜숙

뚜르(Tours) 2023. 11. 17. 17:28

 

 

낙엽의 노래   /현혜숙

 

 

추락하는 낙엽을 온몸으로 안는다.

나무 잔가지 숲을 가로지르던 바람

늘 축축한 기억이다.

어스름한 뿌리께 허리를 눕히고

관자놀이에 담긴 피와 살

바람을 접어 넣는다.

진하게 햇볕을 들여 마시던 손끝

뼈 속 가득 채워지는 숨소리에 파닥거린다.

밤이 지나면 마른 살을 치는 그리움

단단하게 굳은 근육은 버석거리고

건들이기만 해도 비워내는 하늘

귀향을 서두른다.

세상은 변한 게 아니다.

자신의 몸에 스스로 구멍을 내

허공 한 채를 들이는 것처럼

서로 살이 닿지 않는 노래

물푸레나무 뿌리에 숨어든다.

가슴 삭이는 맨가지의 노래에

가을바람이 부끄러운지 흐느끼고 있다.

온기를 꿈꾸며 함께 하던 하늘이

머리 위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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