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성탄이브의 기도 /보하 이문희

뚜르(Tours) 2023. 12. 24. 09:08

 

 

성탄이브의 기도  /보하 이문희

 

 

어쩌다가 어쩌다가

우리 아버지를 죽여주세요

엄마를 죽인 아버지가 무서워서

국민청윈 수십만건을 넘어서는

새상이 되었습니다

 

아들아 피 묻은 옷 갈아입고 가거라

경찰이 쫒아온다 어서 도망 치거라

아들의 칼에 찔려 죽어가는 엄마.

아들 걱정으로 울부짓는 목소리가

메아리 치는 새상 되고 말았습니다

 

내 살던 우리집 가고 싶다

내 집에서 살고 싶단 말이다

내 의지대로 살 수 없는 부모

윤리적 피난처 요양원 감옥에

강제로 감금 해 두고

 

평생 뼈빠지게 벌어서 자식들

대학보내고 집 한 채 미련하여

늙은 몸 의지해 사는 그 집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빼앗아

살면서 죽었다는 기쁜 소식만

학수고대 기다리는 자식들

 

부모가 남긴 재산 비전박토

개발이익으로 뻥튀기 되자

혈육지간도 언제였냐고

눈깔 뒤집어쓰고 웬수악수

개들 싸움판 벌리는 새상

 

가정은 한 사회의 초석인 것을

하늘의 준엄한 질서 짓 밟고

인간이 만든 질서와 권력에 눈멀어

약육강식의 살벌한 싸움터

동물의 새상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 이전에 숫자가 말하는 세상

광화문 네거리에서 피켓 들고

악 한번 쓰면 황금 보따리로

보장이 쏟아져 내리는 다수가결

민주주의 나약한 힘의 논리들

 

그래도 찬란한 아침 햇살

동산에 해는 다시 밝아 오고

밤이면 달도 떠서 기우는데

말 없는 강물은 흘러만 가는데

 

세상 창조하신 하늘님이시여

성탄이브의 한 밤중을 그들을

제도濟度할 용기조차 없어

밤 새 우는 가난한 시인의 죄

먼저 사 하여 주시오소서

용서하여 주시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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