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동지팥죽 / 이영균

뚜르(Tours) 2023. 12. 22. 10:18

 

 

동지팥죽 /이영균

 

 

저 달은 해마다 동짓날 밤

팥죽 싣고 긴 은하수강 건너간다네

애 동지엔

팥죽을 쑤지 않아

불빛 죽여 숨어 가느라 밤이 어둡고

중 동지엔

죽 쑤어 사방 나누느라

불 밝혀 가느라 은하수 길 밝고

노 동지엔

죽을 많이 쑤어 차고 넘쳐

달빛 가려져 은하수 건너기 캄캄하다네

 

동짓날 죽었다던 망나니 역신

팥죽 먹고 오늘 밤만 피하고 나면

일 년 동안 무병 한다네

작년엔 먹기 싫어

새알심이 한 알 남겼는데

한살 더 먹고

역신 쫓아버리려면

올 노 동지엔

새알심이 두 알 더 먹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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