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펭귄통신원의 하루 ​/장석주

뚜르(Tours) 2024. 1. 26. 12:14

 

펭귄통신원의 하루   ​/장석주



두려움과 불안은 커피에 타서 마시고
밤에는 수면양말을 신은 채로 잠이 든다.​

금세기에 해수면 온도는 큰 변화를 보였다.
먼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고
더 많은 태풍들이 볼륨을 키운다.​

남극 빙하와 극한 추위에서 살아온 황제펭귄들이
지구온난화를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새벽마다 황제펭귄의 생태보고서를 쓴다.
밤에 이동하는 조류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당신이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없으니
나는 읽지 않은 책들을 태운다.​

저녁에는 추락하지 못한 마음들이 일렬종대로
서서 돌아온다.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 저문다.​

당신이 펭귄에게 기분이 있을까, 라고 물으면
나는 있다, 라고 말한다.
그건 시간의 낙차에서 생길 것이라고 덧붙인다.​

오늘 펭귄통신원에게는 별일이 없었다.
커피 맛도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안심을 한다.
내 기분은 펭귄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곧 펭귄통신원직을 그만둘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