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통신원의 하루 /장석주
두려움과 불안은 커피에 타서 마시고
밤에는 수면양말을 신은 채로 잠이 든다.
금세기에 해수면 온도는 큰 변화를 보였다.
먼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고
더 많은 태풍들이 볼륨을 키운다.
남극 빙하와 극한 추위에서 살아온 황제펭귄들이
지구온난화를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새벽마다 황제펭귄의 생태보고서를 쓴다.
밤에 이동하는 조류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당신이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없으니
나는 읽지 않은 책들을 태운다.
저녁에는 추락하지 못한 마음들이 일렬종대로
서서 돌아온다.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 저문다.
당신이 펭귄에게 기분이 있을까, 라고 물으면
나는 있다, 라고 말한다.
그건 시간의 낙차에서 생길 것이라고 덧붙인다.
오늘 펭귄통신원에게는 별일이 없었다.
커피 맛도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안심을 한다.
내 기분은 펭귄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곧 펭귄통신원직을 그만둘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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