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라일락 / 허수경

뚜르(Tours) 2024. 4. 16. 12:03

 

 

라일락   / 허수경

 

라일락

어떡하지,

이 봄을 아리게

살아버리려면?

신나게 웃는 거야, 라일락

내 생애의 봄날 다정의 얼굴로

날 속인 모든 바람을 향해

신나게 웃으면서 몰락하는 거야

스크랩북 안에 든 오래된 사진이

정말 죽어버리는 것에 대하여

웃어버리는 거야, 라일락,

아주 웃어버리는 거야

공중에서 향기의 나비들이 와서

더운 숨을 내쉬던 시간처럼 웃네

라일락, 웃다가 지네

나의 라일락

- 허수경,『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문학과지성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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