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 허수경
라일락
어떡하지,
이 봄을 아리게
살아버리려면?
신나게 웃는 거야, 라일락
내 생애의 봄날 다정의 얼굴로
날 속인 모든 바람을 향해
신나게 웃으면서 몰락하는 거야
스크랩북 안에 든 오래된 사진이
정말 죽어버리는 것에 대하여
웃어버리는 거야, 라일락,
아주 웃어버리는 거야
공중에서 향기의 나비들이 와서
더운 숨을 내쉬던 시간처럼 웃네
라일락, 웃다가 지네
나의 라일락
- 허수경,『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문학과지성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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