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봄날은 간다 /김용화

뚜르(Tours) 2024. 4. 19. 21:26

 

 

봄날은 간다  /김용화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햇병아리 여대생들
햇살 환한 벤치에
물뱀처럼 배배 다리를 꼬고 앉아
젊음을 쪼잘대는
봄 한나절,
중씰한 노인 한 분 대학 병원 영안실에서
술 냄새 화-악 풍기며 걸어나와
느그들 누구 나랑 한 번 잘네?
 ……??
여학생들 화끈 얼굴 달아올라
땅바닥에 눈알을 까는데
아, 가타부타 말 좀 혀 봐, 이 하래비 우습지?
머리를 긁적이며 노인은
봄 아지랑이 속으로 잠기어가고,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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