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십일월 /이재무

뚜르(Tours) 2024. 11. 5. 22:31

 

 

십일월  /이재무

 

 

십일월은 의붓자식 같은 달이다.

시월과 십이월 사이에 엉거주춤 껴서

심란하고 어수선한 달이다.

난방도 안 들어오고

선뜻 내복 입기도 애매해서

일 년 중 가장 추운 달이다.

더러 가다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메인은 시월이나 십이월에 다 빼앗기고

그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허드레 행사나 치르게 되는 달이다.

괄호 같은 부록 같은 본문의 각주 같은

산과 강에 깊게 쇄골이 드러나는 달이다.

저녁 땅거미 혹은 어스름과 잘 어울리는

십일월을 내 영혼의 별실로 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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