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어떤 위대한 화가가 우주 전체를 다 포함하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는 온갖 사물을 다 화폭에 담기 시작했지만
오직 천사와 악마만을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화가는 천사와 악마의 모델을 찾기 위해 세상을 떠돌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깊은 산 속에서 세상의 때라곤 전혀 묻지 않은,
마치 맑은 옹달샘 같은 청순한 얼굴을 한 소년을 찾아내어
그를 모델로 삼아 천사를 그렸다.
이제는 악마의 모델을 찾을 차례였다.
그러나 20년이 넘도록 화가는 정말 악마다운 얼굴을 한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기 친구로부터 악마의 모델로 쓸 만한 살인자가 오늘 중으로 처형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황급히 살인자를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과연 악마처럼 기괴하고 무서운 얼굴을 가진 죄수였다.
살기에 가득 찬 눈, 무섭게 일그러진 입술,
그러나 다음 순간, 화가는 놀라 부르짖었다.
“아니! 너는 20년 전에 만났던?”
그렇다.
이십 년 전에 천사의 모델로 삼았던 청순한 소년이
20년 만에 악마의 모델이 되어 그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리더의 아침을 깨우는 책/김정빈
(p.s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 얽힌 에피소드입니다)
♬배경음악:Heaven - Ronan Hardi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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