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us' Opinion

"하지~만,"

뚜르(Tours) 2006. 11. 23. 11:10

    "하지~만," 일요일 저녁, ’지하철 2호선의 외로운 벤처 사업가’를
    자처하는 한 개그맨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이름하여 땡전 한 푼 ’노마진’. 그는 신상품을 소개하며 개그를 시작하는데, 이런 식이다. "오늘 갖고 나온 상품은 에어컨입니다. 이 에어컨이 기존의 상품과 무엇이 다르냐? 그렇습니다. 이 에어컨은 온도 자동제어장치가 있어서 냉방병에 걸리지
    않게 해준다는 거죠. 하지~만! 다른 모든 질병은 걸릴 수 있다는 거..." 웃음은 언제나 "하지~만!" 이후의 대사에서 터진다. 특정한 목적 하나를 위해, 더욱 본질적인 기능들을 모두
    희생했다는 반전이 우스운 것이다. 그렇다면 있으나 마나 한 불량상품 아니겠느냐는 조롱이
    이 유머의 핵심이다. 재미있는 것은 채널을 뉴스 프로그램으로 돌려도,
    똑같은 노마진 개그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나랏돈을 풀어야 한다는 거..." "여러분, 드디어 자주국방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핵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거..." "특목고를 규제하여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거액을 들여서 해외유학을 보내야 한다는 거..." "유권자 여러분, 저희가 통합하여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바뀐 건 하나도 없다는 거..." 개그로 얘기를 시작했으니, 그 유쾌한 개그맨의 말투로
    글을 맺고자 한다. "대한민국 4800만 국민 모두가 정부정책을
    신뢰할 수 있는 그날까지,
      ’통절한 반성’에 밑줄 좌악, ’정책변화’에 별표 하나, ’인적 쇄신’에 돼지꼬리 땡땡." 김란도 교수 / 서울대 소비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