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5365

고사목

보이는 게 모두 진실은 아닙니다.죽은 듯 살아 있는,입고 산 날보다 벗고 산 날이 더 많습니다.산 것과 죽은 것의 차이는 무엇입니까?이파리 대신 침묵을 매달았고꽃 대신 생각을 피웠으며열매 대신 아! 하는 경이로움을 매달았습니다.멈추어 선 생(生) 하늘을 거역하지 않아 좋고, 나이테 늘어나지 않으니끝났으나 끝나지 않은 생이고, 다 벗어주었기에 눈앞에 보이는 세상더없이 아름답습니다 다 비웠기에 미련도 없습니다 죽비 같은,딱따구리의 부리 짓은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합니다내 앞의 나를 바라보며 내가 되는- 김진수, 시 ‘고사목’살아있는 식물이 몸을 감고 올라가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고사목.아등바등 힘들다지만오늘은 쉬엄쉬엄 천천히 가도 괜찮겠습니다.특별히 미련도 없는, 다 내려놓은 말 없는 나무처럼.

시냇물은 흐르고

물안리는 앞 냇가가 있고뒤 냇가도 있었다어딜 가나 징검돌 사이로송사리 떼가 올망졸망했다어느 해였던가조등 아래퉁퉁 부은 눈망울들을 닮았다옹기종기 모여앉은 채낮은 발소리물낯 비치는 옅은 그림자에도해진 지느러미를 서로툭툭, 쳐대곤 했다가장 잃고물결 헤집던그해 여름 끝자락이었다지익직 흑백영화 한 편이었다- 배세복, 시 '냇물은 흐르고'과거는 마치 흑백영화처럼 스쳐갑니다.애틋함이 더하는 기억을 추억이라 말하기도 합니다.날이 덥습니다.냇가에 앉아 송사리 떼 간지럼에잠시 더위를 잊어보고도 싶습니다.덥지만 쉬엄쉬엄 즐겁게 7월을 맞습니다.

7월 초하루

칠월의 안부  /김이진 뻐꾸기 소리정겨움으로 다가와칠월의 아침을 깨운다 수채화 물감이가슴으로 내리는 아침 당신의아침을 불러봅니다 당신의안부를 묻습니다 잘 있냐고어떻게 지내냐고그렇게 칠월의 안부를 묻습니다.  7월 초하루.한 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오랜만에 아침 6시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아내가 하늘나라에 간 날.그리운 아내를 미사에서 만났습니다.힘 내라고활짝 웃는 모습에천상의 평화와 기쁨을 보았습니다. 2024. 7. 1

안타까운 유월아 /황영칠

안타까운 유월아   /황영칠  꽃과 신록으로 찬란하던 오월 앞에미사여구로 붓 놀림에 바쁘던 시인들오월이 떠나고 네가 온 날부터찬사에 침이 마른 붓대도 내려놓고청춘 남녀의 만남도 발길을 돌리더구나 화려한 외모에만 눈이 먼 민심에시들어버린 장미의 시체만 받아 들고눈물로써 호국 영령들의 영혼을 달래며피비린내 나는 민족 상잔의 총 칼을맨 가슴으로 막아낸 안타까운 유월아 슬픈 시인들을 위하여산 자락에 밤꽃도 피워 놓고접시꽃 오솔길도 다정하게 꾸며 놓고담장 위에 올라선 능소화도 피워준너의 눈물겨운 사랑이 애처롭구나 아픔이 얼마나 컸기에38도의 열병도 앓았고서러움이 얼마나 깊었기에참지 못한 눈물을 쏟아 놓고 떠난 유월아눈물 많고 속 깊은 너의 아픔을 유월아나는 알고 있단다잘 가거라 유월아다시 보자 유월아

하나 둘 셋

어둠이란 어둠 모두 물리쳐찰칵, 한 장 담던 날가장 어여쁜 처녀로 거기 있었다는 엄마그 환한 풍경을 만든 남자, 네 볼은 복숭아처럼 이쁘다던 그 남자,그 눈빛이 아직도 뜨거워서어여쁜 처녀로 다시 태어난다는 우리 엄마나, 그 사람을 봤네요, 엄마모르는 곳에서별스럽게 눈이 가는 남자를 몰래 훔쳐보며먼 시간으로 들어갔네요가만 뜨거웠네요홀로 놀라다가 홀로 슬펐어도햇살파도 일렁이던 그날나, 풋풋한 스무 살이었네요엄마처럼- 최연수, 시 '기억 한 장'엄마의 처녓적 사랑을 들어본 기억이 있습니다.늘 엄마로만 알던 엄마는나보다 더 풋풋한 처녀여서애틋한 그 사연으로 들어가 잠시 엄마가 되어본 날.나도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듯내 부모도 오래전 아름답고 멋진 청춘이었을 겁니다.

행복과 불행

나는 내 삶이 불행으로 가득 차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그 생각은 틀렸다.내가 생각했던 불행은 그다지 일어나지 않았다.- 몽테뉴매사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부정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긍정으로 대할 때 행복은 더 가깝습니다.부정으로 볼 때 불행하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미리 걱정하고 한숨 쉴 필요가 없습니다.지혜롭게 매사를 대하고 행동한다면행복은 좀 더 많아질 겁니다.

둥글레

이고 지고 산을 넘어 댕기다가신이 닳아져서 흙이 들어오믄신세타령이 절로 나오드마마디마디가 산인디구름도 들르고 바람도 들른께그 자리에 꽃이 펴서둥글어지드마, 둥글둥글- 서이교, 시 ‘둥굴레’둥굴레는 백합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이랍니다.6월에서 7월 사이 피는 꽃이 긴 대롱처럼 생겼습니다.둥굴레, 발음하면 입이 둥글어집니다.오늘도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견뎌봐야겠습니다.

필요한 사람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거나마음의 만족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어디를 가든 여유롭게 살 수 있다.그러나 필요를 충족시킬 줄 모르는 사람은 고독하게 살게 된다.- 오버스트리트모임이 있습니다.그 중 한 친구가 오면 분위기가 달라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먼저 나서서 챙겨주기 때문입니다.그러고도 즐겁게 웃습니다.그런 태도가 몸에 배어 자연스러운 친구.그 친구는 어느 자리에 가도 그럴 것 같습니다.꼭 필요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