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
보이는 게 모두 진실은 아닙니다.죽은 듯 살아 있는,입고 산 날보다 벗고 산 날이 더 많습니다.산 것과 죽은 것의 차이는 무엇입니까?이파리 대신 침묵을 매달았고꽃 대신 생각을 피웠으며열매 대신 아! 하는 경이로움을 매달았습니다.멈추어 선 생(生) 하늘을 거역하지 않아 좋고, 나이테 늘어나지 않으니끝났으나 끝나지 않은 생이고, 다 벗어주었기에 눈앞에 보이는 세상더없이 아름답습니다 다 비웠기에 미련도 없습니다 죽비 같은,딱따구리의 부리 짓은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합니다내 앞의 나를 바라보며 내가 되는- 김진수, 시 ‘고사목’살아있는 식물이 몸을 감고 올라가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고사목.아등바등 힘들다지만오늘은 쉬엄쉬엄 천천히 가도 괜찮겠습니다.특별히 미련도 없는, 다 내려놓은 말 없는 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