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5509

전지라는 것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보면, 마치 마취도 없이 외과 수술을 하는 것 같은 날이 있다.어떤 날은 나무가 분명한 거부 의사의 일인시위를 하는 것 같은 날도 있다. 내 전지가위에서잘려 나간 가지에 꽃눈이 맺혀있는 것을 보는 날이다.- 김신용, 에세이 ‘전지라는 것’ 중에서봄의 과수원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가지치기라는군요.‘가지와 가지 사이에 햇빛의 통로를 만들어 주고 바람의 길도 터주는 일’이랍니다.우리의 관계도 가끔은 가지치기가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그러나 꽃눈 맺힌 가지가 잘려 나가듯 아픔을 동반합니다.관계와 관계가 얽혀 복잡한 사이에 잠깐의 쉼이나 단절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장 낮은 곳부터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라.- 푸블릴리우스 시루스푸블릴리우스 시루스(Publilius Syrus)는고대 로마의 작가이자 풍자시인이랍니다.시리아의 안티오크 출신 노예로 이탈리아에 팔려 왔지만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주인에 의해 해방되었고교육에 힘입어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힘든 상황을 몸소 겪으면서 그 자리에 서기까지,얼마나 많은 생각과 철학과 지혜가 생겼겠습니까.애로사항을 백번 이해하는 것은직접 겪은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그 애환을 알기에,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이라는 하루

어두운 밤 기다림으로 숙성된 예쁜 햇살이 창문을 똑 똑~이렇게 맞이하는 오늘이라는 하루!반복 속에 맞이하는 시간의 마술사는또 어떤 선물꾸러미를 숨겨놓았을까요?웃음과 눈물을 섞어 써가는 삶의 일기장에꾹꾹 눌러 쓴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려 봅니다ᆢ우뚝 선 교만 뉘이며 겸손과 감사의 그릇에 조심스레 담아보는오늘이란 선물~지나면 다시 만날 수 없기에 후회없이 미련없이 기억할 수 있는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야 겠네요ᆢ소중한 보물이 빛을 머금을 수 있도록~- 배기호 님 글중에서

열린 창

창틀에 쌓여있는책들을 치우고창문 하나 열어놓았습니다욕심 없는 아이처럼눈빛이 맑아집니다천근 바윗돌처럼어깨를 짓누르던 지식들을바람 속으로 흩어버리니책상 옆에서 단잠을 자던풍란도 고래를 들고흘러오는 햇살에마른 입술을 적십니다창문 하나 열어놓으니당신의 푸른 하늘이방 안에 가득 넘쳐납니다- 송용구, 시 ‘열린 창’겨우내 닫아두었던 창들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봄기운에 열어둔 것,강제는 없습니다.바깥의 따스한 기운에 스르륵 창을 열 듯마음도 내가 먼저 여는 것이었습니다.

모욕에 대처하는 방법

깊은 강물은 돌을 던져도 흐리지 않는다.모욕을 받고 이내 발칵하는 인간은조그마한 웅덩이에 불과하다.- 톨스토이모욕적인 대우를 받거나 말을 들었을 때화가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그러나 당장 내색하기보다는가만 살펴 원인을 따지거나내가 대처할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겁니다.나를 우선 조절하는 것,감정을 조절하는 것은상대보다 내가 이기는 겁니다.

그런 아침은

말해도 될 것 같다저민 물안개에 숨겨모른척...차마 그리웠다고사진.글 - 류 철 / 창녕에서  오늘은 춘분(春分)입니다.24절기 중 4번째 절기로서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합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아침 6시 36분에 해가 뜨고저녁 6시 44분에 해가 진다고 하네요.춘분이야말로 본격적인 봄의 시작이라고 합니다.벌써 길섶에 핀 봄꽃들이 앙증스럽게 얼굴을 쳐들고 있습니다.추웠던 어제 보다 8도가 높다고 합니다. 환절기에 건강하시길 빕니다. 마르티노

사라지는 결의들

안개가 밤새 움켜쥐었던 골목을 놓아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냉찜질을 하기 위해 주먹만 한 얼음을 꺼내 놓았다 창문을 넘어온 햇살이미끈한 등을 어루만지자 금세 글썽이기 시작한다 건드리기만 해도 구름이근본인 것들은 걷잡을 수 없이 흐느낀다​ 햇빛의 동공이 파르르 떤다얼음이 단단한 것은 입자들이 서로 핏줄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관절마다들러붙었던 집착이 풀어진다 색깔도 없고 아우성도 없는 투명한 결의가하염없이 녹아내린다​ 꾹 쥐고 있던 주먹이 펴지고 있다담장 너머목련나무의 흰 주먹들이 봄을 놓아버린다​- 장요원, 시 ‘사라지는 결의들’꽃샘추위입니다.봄이 온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꾸물거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어느새 꽃 피고사라지는 결의처럼 불끈 쥔 주먹을 풀지도 모릅니다.봄이 어느새 꽃잎을 모두 풀어놓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