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5365

주천의 연밭에서

한창 젊었을 때주천의 연밭에 갔을 때는오직 연꽃만 보였다마흔을 넘기고쉰을 바라볼 때비로소 연 이파리 아래가 보였다온통 개구리밥으로 덮인또 다른 초록 세상그 밥을 뒤집어쓰고눈만 내민 청개구리가 말했다너는이제야 왔느냐고.- 서봉교, 시 ‘주천의 연밭에서’세상 이치를 모를 때는 결과물이 먼저 보이기도 합니다.보이는 것이 전부여서 화려한 것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적당히 나이가 든 후에야꽃을 피우기 위해 흘린 눈물, 결과를 짓기 위해 몸부림친 노고를 압니다.그것은 세상을 보는 눈을 드디어 가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5월 초하루

아, 오월  /김영무 파란불이 켜졌다꽃무늬 실크 미니스커트에 선글라스 끼고횡단보도 흑백 건반 탕탕 퉁기며오월이 종종걸음으로 건너오면아, 천지사방 출렁이는금빛 노래 초록 물결누에들 뽕잎 먹는 소낙비 소리또 다른 고향 강변에 잉어가 뛴다  5월 초하루어김없이 찾아온 계절의 여왕가장 아름다운 여인성모 마리아께 봉헌된 성모성월입니다. 하룻사이에 하늘은 짙푸르게맑은 공기가 몸과 마음을 상큼하게 만듭니다. 5월에는평화와 기쁨이 가득하길 기도했습니다. 2024. 5. 1

부부

나는 이제 돌이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니당신은 나무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나무가 되어 붙박이 삶을 살 것이냐 하니돌이 되어 정처 없이 굴러다닐 것이냐 한다내가 돌이 되어 거듭나서 수석이 된다면자기는 제 몸 깎아 내 좌대가 되겠다고 한다- 나석중, 시 ‘부부’어긋나는 것 같고삐거덕거리는 것 같아도결국 한곳으로 흐르는 마음입니다.부부란, 자석처럼 끌리진 않아도은근한 배려와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기일(忌日)

아버지 당신의 마음   /온기은서 산에 해가머물러있을 때면언제나보고 싶은사람이 있습니다.아버지부르고 싶은 그 이름그러나이젠 부를 수 없는 이름손을 내밀어잡아보려 하여도잡을 수 없는 아버지.가슴에안겨보려 하여도계시지 않는..그런 것 같습니다살아 계실 때는 몰랐는데..아버지의 존재가얼마나 큰 의미 인지를세월이 흐른 뒤에야 알았습니다   오늘은 아버지의 기일(忌日)입니다.제사를 올리지 못하고 연미사를 바쳤습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늘 죄송하기만 합니다.철없이 저지른 불효에 대한 용서를 청합니다. 국민학교 6학년 때인천 숭의동 큰어머니댁에서 찍은 사진입니다.빛바랜 사진 한 장 올립니다.아버지와 나의 유일한 사진... 2024. 4. 24

저울

당신과 내가 앉았던 시소에서 맨드라미 벼슬처럼 피투성이를 하고 어둠을 핑계로 저질렀던 일 높이와 깊이와 무게 값과 기울기에 대한 평균값들 밤에 내쉬는 숨들이 얼마나 축축한지 뿔이 얼마나 자라났는지 우리는 서로에게 수평을 재며 매일매일 견디는 사람 - 하기정, 시 '저울' 남과 비교를 하면서 불행은 시작된다고 합니다. 서로를 저울질하며 수평을 맞추려고 하면서 행복은 저만치 멀어집니다. 낮음과 가벼움과 얕음을 비관할 것이 아니라 나의 저울에 합당한 만족이 필요합니다.

이야기

사람들은 이야기로 되어 있는 것을 더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동시에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정신적인 교감까지 느낀다. 스토리텔링은 미처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다. 날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사람들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이야기가 담겨 있어 오감을 만족시켜 줄 스토리텔링을 원하기 때문이다. - 중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숨은 이야기를 들으면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