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고슴도치"

뚜르(Tours) 2008. 1. 19. 11:26

Cuore E` Uno Zingaro (마음은 짚시)

 


 
"고슴도치"
안녕! 내 이름은 고슴도치야.
난 스스로 보아도 아주 잘 생긴 수컷이지.
나에게는 특별한 자부심이 있어.
그건 바로 나의 온 몸에 돋아있는 가시!
이 가시가 참 자랑스러웠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지.
바위틈에서 쉬고 있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암고양이를 만난거야.
가슴이 두근거려 숨쉬기도 힘들더군.
그래도 나도 사나이잖아...
결국 용기를 냈지.
그런데, 그녀에게 다가갔을 때
그녀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있었어.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었지.
"아니, 아가씨 참 무례하군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좋아하는 맘으로
용기를 내어 다가왔는데, 
나처럼 잘생긴 고슴도치가
그렇게도 싫습니까?"
그런데 내가 놀란 것은 그녀의 반응이었어.
"사실, 그게 아니에요. 
저도 당신을 본 순간 사랑을 느꼈다고요.
하지만, 당신이 제게 가까이오자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당신 몸에 있는 그 가시 때문에
너무 아파서 그만 얼굴을 찌푸리게 된 거라고요."
나는 순간 멍해지고 말았어.
거친 세상에서 나를 지켜주던 가시 때문에
아무도 나를 가까이 할 수 없다는 것과
내가 싫어해서가 아니라
내게 있는 가시로
그들이 다가 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 박 경 원 -
Cuore E` Uno Zingaro (마음은 짚시) - NADA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면에 계란 하나 / 펌  (0) 2008.01.21
1초 동안의 행복 / 펌  (0) 2008.01.21
우리 이런 인연으로 살면 안 될까요 / 펌  (0) 2008.01.19
런던보이스 댄스모음(나이트버젼)  (0) 2008.01.19
만리포 사랑  (0) 2008.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