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재상이라면 이쯤은 되어야 / 김정빈

뚜르(Tours) 2009. 7. 22. 08:54

재상이라면 이쯤은 되어야

 

추기자(騶忌子)가 제나라 위왕(威王)의 눈에 들어 재상이 되었을 때 순우곤(淳于)이 말하였다.
 “삼가 충고하고자 합니다.”
 “말해 보시오.”
 “산돼지의 기름을 수레축에 바르는 까닭은 축을 원활하게 회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수레축이 네모꼴로 되어 있다면 아무이 산돼지 기름을 발라도 회전하지 못합니다.”
 “알겠습니다. 군왕의 좌우에 있는 신하들을 섬겨 원활하게 하겠습니다.”
 순우곤이 다시 말했다.
 “활을 맬 때 아교칠을 하는 것은 잘 결합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나 너무 간격이 크면 아무리 아교를 칠해도 붙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몸소 만민에게 친근하여 간격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여우 가죽으로 만든 갖옷이 해졌다고 해서 개 가죽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기울 수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군자를 택하여 임용하고 소인을 그 사이에 섞지 않겠습니다.”
 “수레와 비파를 만들 때 잘 계량하여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물건을 싣거나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수레와 비파를 만들 때 잘 계량하여 맞추지 않으면 물건을 싣거나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법률을 정리하여 간사한 관리를 경계하겠습니다.”
 순우곤은 말을 마치자 빠른 걸음으로 물러나와 문에 이르러 종에게 말하였다.
 “내가 미묘한 말 다섯 가지를 던졌는데 그는 내 말에 응답하기를 마치 소리를 지르면 산울림이 되돌아 오는 것과 같이 말하였다. 이 사람은 머지않아 봉(封)을 받을 것이다.”
 과연 일 년이 지나 추기자는 하비(下鄙)에 봉해져 성후(成候)가 되었다.

 조간자(趙簡子)가 진양(晉陽)에서 한단으로 도성을 옮기던 중 문득 수레를 멈추게 하였다. 수레 모는 종자가 묻자 조간자는 “동안우(董安于)가 아직 따라오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종자가 “삼군을 거느리고 행군하시는 분께서 한 사람 때문에 대군을 멈추시다니요?” 하고 이의를 제기하였으므로 조간자는 행렬을 이끌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때 동안우가 다다랐는데, 조간자가 문득 잊었던 일을 떠올렸다.
 “진(秦)나라와의 경계를 지켜야 하는데 깜박 잊고 지시하지 못했소!”
 그러자 동안우가 복명하였다.
 “그 일을 처리하느라고 제가 늦은 것입니다.”
조금 가다가 조간자가 다시 말하였다.
 “너무 바쁜 나머지 관(官)의 보물과 구슬을 다른 수레에 잘못 실었소.”
동안우가 다시 복명하였다.
 “그 일을 처리하느라고 제가 늦은 것입니다.”
얼마를 더 가다가 조간자가 다시 말하였다.
 “행인(行人) 촉과(燭過)는 훌륭한 분이어서 그분의 말은 모두가 나라의 법으로 삼을 만하오.
그분은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한데도 내가 경황 중에 그분에게 이별 인사를 하지 못하였고,
귀빈으로 초빙하지도 못한 채 떠나왔소.”
동안우가 다시 복명하였다.
 “그 일을 처리하느라고 제가 늦은 것입니다.”
이를 모두 지켜본 어사대부(御史大夫) 주창(周昌)이 말하였다.
 “남의 임금이 되어 조간자와 같다면 그 나라의 조정은 절대로 위험하지 않을 것이요,
남의 신하가 되어 동안우와 같다면 능히 그 임금을 빛낼 것이다.”


                  김정빈 지음 <리더의 아침을 여는 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