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기술로 가야人 복원
"소녀는 아름다웠다" 허리 21.5인치… 긴 목 가진 미인 군살없고 작은 얼굴, 16세로 추정
"소녀는 시녀였다" 종아리 뼈 분석… 무릎 많이 꿇어 쌀·보리·콩 등 양호한 식생활 누려
목이 긴 열여섯 살 이 소녀는 누구였을까.
1500년 전, 주인을 따라 순장(殉葬)된 가야(伽倻) 소녀가 첨단과학을 통해 생생한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2007년 경남 창녕 송현동 15호 고분에서 출토된 6세기 소녀의 인골(人骨)을 복원한 등신상은 키 153.5㎝. 군살 없이 탄탄한 몸매, 작은 얼굴의 팔등신 미인이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25일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가야 소녀의 인체 복원 모형을 공개했다.
발굴 당시 인골의 길이는 135㎝. 모든 뼈를 복제해 맞췄더니 키는 151.5㎝가 됐고, 근육과 피부를 되살리고 머리카락을 심어 2㎝가 더 커졌다. 손가락·발가락이 길고 허리는 21.5인치로 같은 나이 요즘 여성(평균 26인치)에 비해 가늘었다. 강순형 소장은 "단단한 체형으로 보아 운동량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 ▲ 25일 오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16세 가야 소녀의 인체 복원 모형을 관람객이 들여다보고 있 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모형 제작 과정. 복제 뼈를 조 립하고(1), 근육을 복원한 후(2) 피부를 붙인 것(3)이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소녀는 누구?
금동 귀고리를 착용한 채 발굴된 이 소녀는 무덤 주인공의 시녀였을 가능성이 높다. 모시던 권력자가 세상을 떠나자 함께 묻힌 것이다.
수습한 뼈 표본을 방사성탄소연대측정으로 분석한 결과 420~560년 사이에 매장된 것으로 산출됐고, X선 촬영을 통해 팔다리뼈의 성장판도 닫히기 전인 소녀임이 밝혀졌다. 사랑니가 아직 턱 속에 남아 있었고 정강이와 종아리뼈의 상태로 보아 무릎을 많이 꿇는 생활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소녀는 쌀·보리·콩을 주로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로선 양호한 식생활이다.
◆어떻게 복원했나
2007년 가야고분군 15호분에서 모두 4명의 인골이 출토된 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주관 아래 가톨릭대 의대 응용해부연구소, 충청문화재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전통 고고학 기법부터 유전학·생화학·물리학·법의학 등이 총동원된 최초의 학제 간 융합연구다. 뼈에 남아 있는 의학적 증거들을 통해 컴퓨터단층촬영과 3D스캔, 디지털 복원 등을 기반으로 재구성했고, 영화의 최신 특수기법을 활용해 실제 모습처럼 마무리했다.
가야 소녀의 인체 모형은 25~29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되며 12월 1~6일에는 출토지인 창녕박물관으로 장소를 옮겨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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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오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경남 창녕 송현동15호분에서 출토된 1500년 전 순장 여성 인체복원 모형이 공개됐다. /이재호 기자 superj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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