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그 뒤안길

'금동 귀고리'를 한 소녀, 1500년만에 부활

뚜르(Tours) 2009. 11. 27. 18:20

최첨단 기술로 가야人 복원
"소녀는 아름다웠다" 허리 21.5인치… 긴 목 가진 미인 군살없고 작은 얼굴, 16세로 추정
"소녀는 시녀였다" 종아리 뼈 분석… 무릎 많이 꿇어 쌀·보리·콩 등 양호한 식생활 누려

목이 긴 열여섯 살 이 소녀는 누구였을까.

1500년 전, 주인을 따라 순장(殉葬)된 가야(伽倻) 소녀가 첨단과학을 통해 생생한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2007년 경남 창녕 송현동 15호 고분에서 출토된 6세기 소녀의 인골(人骨)을 복원한 등신상은 키 153.5㎝. 군살 없이 탄탄한 몸매, 작은 얼굴의 팔등신 미인이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25일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가야 소녀의 인체 복원 모형을 공개했다.

발굴 당시 인골의 길이는 135㎝. 모든 뼈를 복제해 맞췄더니 키는 151.5㎝가 됐고, 근육과 피부를 되살리고 머리카락을 심어 2㎝가 더 커졌다. 손가락·발가락이 길고 허리는 21.5인치로 같은 나이 요즘 여성(평균 26인치)에 비해 가늘었다. 강순형 소장은 "단단한 체형으로 보아 운동량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25일 오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16세 가야 소녀의 인체 복원 모형을 관람객이 들여다보고 있 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모형 제작 과정. 복제 뼈를 조 립하고(1), 근육을 복원한 후(2) 피부를 붙인 것(3)이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소녀는 누구?

금동 귀고리를 착용한 채 발굴된 이 소녀는 무덤 주인공의 시녀였을 가능성이 높다. 모시던 권력자가 세상을 떠나자 함께 묻힌 것이다.

수습한 뼈 표본을 방사성탄소연대측정으로 분석한 결과 420~560년 사이에 매장된 것으로 산출됐고, X선 촬영을 통해 팔다리뼈의 성장판도 닫히기 전인 소녀임이 밝혀졌다. 사랑니가 아직 턱 속에 남아 있었고 정강이와 종아리뼈의 상태로 보아 무릎을 많이 꿇는 생활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소녀는 쌀·보리·콩을 주로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로선 양호한 식생활이다.

어떻게 복원했나

2007년 가야고분군 15호분에서 모두 4명의 인골이 출토된 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주관 아래 가톨릭대 의대 응용해부연구소, 충청문화재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전통 고고학 기법부터 유전학·생화학·물리학·법의학 등이 총동원된 최초의 학제 간 융합연구다. 뼈에 남아 있는 의학적 증거들을 통해 컴퓨터단층촬영과 3D스캔, 디지털 복원 등을 기반으로 재구성했고, 영화의 최신 특수기법을 활용해 실제 모습처럼 마무리했다.

가야 소녀의 인체 모형은 25~29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되며 12월 1~6일에는 출토지인 창녕박물관으로 장소를 옮겨 전시된다.

 

25일 오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경남 창녕 송현동15호분에서 출토된 1500년 전 순장 여성 인체복원 모형이 공개됐다. /이재호 기자 superj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