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사랑한다(love)’는 말과 ‘좋아한다(like)’는 말의 차이

뚜르(Tours) 2009. 12. 1. 17:39

1965년도에 Universal사가 제작했고 McLaglen이 감독한 쉐난도(Shenandoah)라는 영화가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 버지니아(Virginia)주의 북부 Shenandoah계곡에 살고 있던 Anderson씨(James Stewart 분) 가족이 겪는 수난을 그린 영화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상영된 이 영화에서는
‘사랑한다(love)’는 말과 ‘좋아한다(like)’는 말이 엄격히 구별되고 있어 우리의 인상에 남는다.

이 영화에서 Anderson씨의 딸 Jennie를 사랑하는 Sam이라는 청년이 Anderson씨를 찾아와 Jennie와 결혼하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고 부탁한다.
Anderson씨가 “왜 제니와 결혼하려 하는가?”하고 묻자,
청년은 “제니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어리둥절 당황해하는 Sam에게 Anderson씨는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지
(There is some difference between loving and liking)”
하며 그의 인생 철학을 설명한다.

“어떤 여자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하게 되면 하룻밤을 지내는 일도 지겹고 싸늘하게 느껴지는 거야!
(When you love a woman without liking her, a night can be long and cold!),
그런 밤을 지내고 나면 이튿날 아침에는 경멸만 남지
(…and contempt comes up with the sun).”
하면서 앤더슨 씨는 사랑하기보다는 좋아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인생을 달관한 노령의 경지에서 자기 사위가 될 사람에게 들려 준 Anderson씨의 설명은 무슨 뜻일까?

바다에서 풍랑을 만난 어느 난파선에서 살아남은 한 쌍의 남녀가
절해의 고도에 표류해 왔다고 생각해 보자.
시간이 가며서 이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이란 극히 자연발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는 정신적·육체적 모든 면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사랑으로 출발한 남녀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좋아하게 되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된다.
좋아할 수 있는 조건이 사랑할 수 있는 조건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좋아할 수 있게 하는 요소는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요소보다 더 복잡하고 차원이 높다.
인간은 강제결혼이 아닌 이상 누구나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고, 그래서 사랑이 먼저 온다.
그러나 “내가 상대방을 진심으로 좋아하는가?”하는 문제는 결혼 후 세월이 흐르면서 나타난다.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지만 결혼했기 때문에 사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도덕적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개인의 행복이란 차원에서는 마음이 아픈 일이다.

                 윤석철 지음 <경영학의 진리체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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