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과기실(言過其實)
말이 사실보다 과장되다.
말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주보다 과장되게 장담을 하고, 말과 하는 일이 서로 부합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삼국지 촉지 마량전(三國志 蜀誌 馬良傳)》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유비가 형주를 차지하고 유구(油口: 오늘 날의 호북성,공안현,북쪽)를 공안(公安)으로 이름을 바꾼 뒤 그곳을 거점으로 형주를 다스릴 때 새로 참모로 쓴 사람이 마씨(馬氏) 형제였다.
그들은 양양 의성(宜城) 사람으로 형제가 모두 다섯이었는데, 하나같이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그 중에서 특히 마량(馬良)이 가장 뛰어났다.
마량은 눈썹에 흰 털이 나 있어 백미(白眉)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었으며 여럿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라는 말로도 쓰인다.
또 마씨(馬氏) 형제 중 한 사람인 마속(馬謖)은 군사적인 계략을 세우는 데 능했다.
유비는 관우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서 오나라를 정벌하고자 출병을 했지만 실패를 거듭해서 퇴각하다 백제성(白帝城)에 이르러 화병이 도져 쓰러져 죽게 되었다.
죽음이 임박한 유비는 제갈량에게 한(漢)나라와 아들 유선(劉禪)을 부탁하면서 말했다.
“마속이 말하는 것은 사실보다 과장된 경우가 많으니 앞으로 승상이 그를 쓸 때는 각별히 유념하도록 하시오. (마속언 과기실 불가대용:馬謖言 過其實 不可大用).”
유비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위나라 장수 사마의(司馬懿)가 출병해서 가정(街亨)을 공격하자 마속은 제갈량에게 자기가 가정에 가서 수비하겠다는 청원을 올렸다.
그때 제갈량은 마속을 보내면서 성을 지키기만 할 뿐 절대로 먼저 공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申申當付)하였다.
그러나 마속은 제갈량의 주의 사항을 잊고 적장 장합(張合)의 꼬임에 빠져 섣불리 공격하다가 역공을 당해 패주하고 말았다.
제갈량은 군령(軍令)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평소 아끼던 마속을 참형에 처하고는 유비가 죽으면서 남긴 유언을 상기하고는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 이야기에서 ‘제갈량’이 ‘군법을 어긴 마속의 목을 베면서 울었다고 말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성어가 나왔다.
즉 규율을 세우기 위해 아까운 인재의 목을 벤다는 것을 말한다.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하는 사람들은 선공후사(先公後事)가 으뜸이다.
국정(國政)을 창출하고 집행하여 민생의 책임을 지고 있는 고위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은 이미 출사표(出師表)를 던지고 국정에 임하는 동시에 개인과 가족에 관한 이권이나 사소한 문제에서 멀어져야 한다.
《명심보감 언어편(明心寶鑑 言語篇》에 이르기를 일언부중(一言不中)이면 천어무용(千語無用)이라 했다.
즉 천 마디 말이라도 이치에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을 해도 쓸 데가 없다는 뜻이다.
입에서 나오는 말만 뜻 하겠는가.
말은 사람이 평소부터 가지고 있던 자기의 사상을 밖으로 표현하여 나타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지도자(政治指導者)나 공직(公職)에 있는 사람이거나 또는 남으로부터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은 언행일치(言行一致)가 최우선이다.
언행일치야말로 그 사람을 나타내는 척도(尺度)이기 때문이다.
언과기실(言過其實)은 잘난 체 뽐내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또 이 시대 정치인(政治人)들의 특허품이다.
민생 우선이란 말을 할 때는 표를 얻을 때이고, 정가(政街)에 들어가면 뒷전이다.
따뜻한 말은 실행될 때 가장 아름답고, 반대로 허언(虛言)은 가시나 칼과 같이 남을 아프게 한다.
사람의 입은 자신과 남을 다치게 하는 칼과 같고, 언행일치(言行一致)는 그 사람을 영원한 지도자나 스승으로 추앙 받게 만든다.
우성영 / 시인 한국공간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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