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山依舊在, 幾度夕陽紅
청산의구재, 기도석양홍
청산은 예전처럼 그대로 있는데 석양은 몇 번이나 붉게 물들었던가?
<삼국연의>서사(序詞)의 세 번째 구절이다.
청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데 그 청산 위를 오가는 태양은 몇 번이나 뜨고 졌던가?
그리고, 그 뜨고 지는 태양에 맞추어 우리 사람들이 산 세월은 얼마나 될까?
긴긴 세월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청산에 비하면 우리네 사람들이 살아온 날은 참으로 짧은 시간이다.
청산은 한 자리에 서서 그렇게 많은 날을 지내오면서 그 많은 것을 다 품고서도 청산 위로 해가 지면 지는 대로 보내고, 다시 떠오르면 오는 대로 맞으면서 아무런 말이 없는데 우리네 사람은 왜 그렇게 일도 많고 싸움도 많고 말도 많은지.
그 많은 일과 싸움과 말을 일러 사람들은 역사라고 부른다.
항상 제자리에 어제 서 있던 그 모습 그대로 서 있는 산에게는 발전이라는 말이 필요가 없다.
어제 떠오른 대로 떴다가 어제 진대로 다시 지는 태양에게는 변화라는 말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매일같이 발전과 변화를 못해서 안달이다.
발전과 변화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며 어제 있던 대로 있기를 거부하고, 어제 했던 그대로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그렇게 발전하고 변화한 사람이 청산이나 태양보다 나은 게 무언지 알 수가 없다.
오늘도 청산은 그대로 서있고 석양은 또 어제 지던 대로 진다.
靑:푸를 청 依:의지할 의 舊:옛 구 在:있을 재 幾:몇 기 度:지날 도 夕:저녁 석 陽:볕 양 紅:붉을 홍
金炳基 / 전북대 중어중문과 교수,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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