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천하의 주인이 되어 패업을 이룩한 데는 건곤일척의 승부수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하북(河北)의 패자 원소(袁紹)와 자웅을 겨룬 관도(官渡)의 대전이다.
이 관도대전에서 승리했기에 조조의 앞길은 활짝 열렸다.
만약 참패했으면 조조 세력은 이슬처럼 사라지고 중국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관도의 싸움에 지고 나서 황하(黃河) 북쪽에 강대한 세력을 자랑하던 원소는, 2년이 안 돼 죽었고 그 넓은 영토도 모두 조조에 흡수되고 말았다.
조조로 보면 작은 것이 큰 것을 집어삼킨 형국이다.
조조의 세력이 더 미약했을 때 원소는 몇 번이나 자기 세력권으로 들어오라고 권했다.
조조는 그것을 단연 거부하고 세력을 점차 길러 원소아 맞붙은 것이다.
원소를 뛰어넘지 못하면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적은 병력으로 한 번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소설 삼국지에선 조조가 손권·유비 연합군에게 참패한 적벽대전을 하이라이트로 치고 있으나 사실은 관도의 대전이 삼국지 판도의 분수령을 이루었다.
적벽대전에서 패배함으로써 조조의 천하통일 구상이 차질을 빚은 것은 사실이지만 조조나 위나라가 존망의 위기로 몰린 것은 아니다.
위대한 창업자는 한 번은 모든 것을 걸고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그것이 성공하면 살아남아 웅비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세력의 몰락은 물론 죽음까지 각오해야 한다.
평소 신중해야 하지만 일단 때가 오면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다.
먹고 먹히는 싸움에선 때를 잘 보고 결단이 빨라야 하는 것이다.
머리를 숙이고 힘센 쪽에 붙든지 아니면 결연히 싸우든지 해야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엉거주춤하다 보면 결국 망하고 만다.
삼국지에서도 한 때 강성한 세력을 자랑하던 공손찬(公孫瓚)·유표(劉表) 등이 결단을 미루다 멸망한다.
기업 경영에서도 승부수를 던질 때가 꼭 온다.
이땐 결코 계산만으로는 안된다.
승패는 하늘에 맡기고 전력투구하는 수밖에 없다.
작은 부자는 부지런함에서 나오고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는데, 세계적인 기업들을 보면 몇 번이나 큰 승부수를 던져 살아 남은 것들이다.
마치 하늘의 조화로 하나의 위대한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 같다.
삼성의 반도체와 통신기기 진출, 현대의 조선사업과 주베일 항만 프로젝트, LG의 전자산업과 여수 정유공장 건설, 선경의 유공(油公) 인수와 통신사업 진출 등이 대표적이다.
관도대전을 보면 천시·지리·인화가 어우러져 조조란 영웅을 만들어 가는 감을 준다.
관도대전을 앞두고 조조와 원소는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
두 사람이 젊었을 때는 친구였고 반(反)동탁(董卓)군을 일으켰을 때는 동지였으나 중원을 놓고 언젠가 한 번은 자웅을 겨루어야 할 운명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영토나 군사 수에서 원소가 앞섰다. 천하의 명성도 원소가 위였다. 조조군이 유리한 점은 지휘관인 조조가 원소보다 훨씬 유능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CEO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땅의 넓이나 군사 수도 CEO의 능력 차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조조는 관도대전을 진두지휘하여 승리로 이끈다.
전략·전술적 안목은 물론 참모의 활용, 일선지휘 능력에 있어 탁월한 창조성과 신축성을 발휘한다.
거기에 비하면 원소는 한참 떨어진다.
명문가 출신으로 일찍부터 떠받들려 살았기 때문에 고정관념에 얽매이고 융통성이 없었는지 모른다.
귀가 얇고 주관이 없었다.
오늘날 실패한 2세 경영인 가운데에서도 그런 유형을 많이 볼 수 있다.
몇 번이나 승리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하거나 결단이 늦어 놓치고 만다.
원소는 이기게 되어 있는 싸움에서 진 것이다.
<FORBES KOREA>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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