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감동적인 깜짝 재회

뚜르(Tours) 2013. 6. 13. 08:31

지난 7일 호주 SBS 방송국 스튜디오.
자그마한 체구의 한 여성이 백발이 성성한 남자에게 달려가 안겼다.
기뻐 어찌할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힘껏 끌어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남자는 그런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마냥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여성의 이름은 이현서(33).
탈북자다.
현서씨가 호주인인 딕 스톨프씨를 만난 것은 2009년, 그가 인생 최악의 상황에서 그녀를 구해줬다.
생명의 은인이었다.

현서씨는 17세 때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10년간 숨어 살았다.
몰래 북한의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돈을 들여보냈다.
그런데 그게 적발돼 가족이 투옥됐다.
현서씨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족을 탈출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북한에서 빼내는 데 성공했다.
중국과 라오스를 거쳐 한국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라오스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렸다.
한국 대사관으로 가던 중 가족들이 불법 월경(越境) 혐의로 붙잡혀 구금된 것이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강제 북송당할 처지였다.
하지만 현서씨 수중엔 남은 돈이 한 푼도 없었다.

막다른 지경에 빠진 현서씨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그때 한 외국인이 다가와 물었다.
라오스를 배낭여행하고 있던 스톨프씨였다.
딱한 사정을 들은 그는 당장 근처 현금 자동 입출금기에서 1000달러를 찾아왔다
어서 가족에게 가보라고 했다.

현서씨는 현재 서울에 살고 있다.
당시엔 너무나 혼란스러웠던 탓에 연락처도 물어보지 못했다.
그 후 4년 내내 그의 행방을 백방으로 수소문해왔다.
그 소식을 들은 호주 SBS 방송이 두 사람의 감동적인 깜짝 재회를 성사시킨 것이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는 말만 되뇌었다.
스톨프씨는 그러나 손사래를 쳤다.
"당신의 운명이 바뀌던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나에겐 축복이었어요."



- 윤희영의 News English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