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 중에 "난 물질적으로 가진 것이 참 많은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돈은 있지만 왜 썩 행복하지 않을까?
우선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한계가 있다.
돈은 삶의 여러 가지 불편을 줄이는 데는 기여한다.
하지만 행복을 가져다 주는 많은 것들 중에는 돈으로 직접 사기 어려움 품목들이 많다.
즐겁게 노는 것, 누구와 재밌게 대화하는 것, 누구와 사랑하는 것 등이다.
’척’은 할 수 있어도 직접적으로 돈으로 구매를 할 수는 없다.
최근의 많은 연구들은 돈을 얼마나 가졌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물질이 아닌 경험을 사야 한다.
시계나 옷 등 물건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갈 수 있는 여행, 콘서트 티켓 등 시간과 경험을 구매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어렵게 발목을 잡는 것 중 하나는 ’적응’이다.
좋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별로라고 느끼는 게 적응이다.
이에 비해 경험적인 구매는 적응이 훨씬 더디다.
예를 들어 가방을 사면 그날은 좋지만 그 기쁨이 1~2주 계속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탈리아 여행을 갔다온 사람은 그 여행의 즐거움이 시간이 간다고 해서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추억으로 남고 그것을 음미하면서 더 즐거운 것이 될 수 있다.
또 경험적 구매는 사회적 비교에 덜 민감하다.
내가 아무리 좋은 것을 사도 더 좋은 것, 더 비싼 것을 가진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험적인 구매는 이런 직접적 비교가 굉장히 어렵다.
대만에 갔다 온 여행담과 일본의 여행담은 무엇이 더 좋다고 비교하기가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둘째, 돈을 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쓰라는 것이다.
인류가 생존해 오는 과정에서 타인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이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행동은 타인도 기분 좋게 만들지만,
그들을 보면서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돼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5달러 또는 20달러를 나눠준 뒤
저녁에 "오늘 하루 얼마나 행복했는지" 물었더니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쓴 학생들이 훨씬 행복했다고 답변을 했다.
마지막으로, 좋고 큰일은 가급적 잘라서 여러 번 경험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안마기를 써보고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평점을 매겨보라고 했다.
한쪽은 3분 동안 마사지를 해줬고, 다른 쪽은 마사지 80초, 휴식 20초, 다시 마사지 80초 순으로 경험하게 했다.
뒤에 물어봤더니 끊어서 마사지를 받은 사람들이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마사지 기계를 산다면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더니
끊어서 경험했던 사람들이 두 배 이상의 금액을 내겠다고 했다.
서은국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