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받는 것 vs 주는 것(Receiving vs Giving)

뚜르(Tours) 2014. 1. 23. 10:24

새해아침이 되면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는 것이 우리의 전통이자 인지상정입니다. 저는 덕담(德談)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제 이름 조덕현(曺德鉉)의 가운데 글자가 같은 음과 의미의 ‘덕(德)’ 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조언(助言)을 좋아합니다. 비록 뜻은 다르지만 음은 저의 성 ‘조(曺)’와 같기 때문입니다. 새해아침부터 조금은 실-있-는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41대 미국대통령을 지낸 부시(George H. W. Bush) 대통령 이야기로 말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미국의 명망있는 정치인 가문의 아들로 태어난 조지는 중학교 시절을 회고하면서 부모님께 불만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중학교에 다니던 조지와 동생이 같은 방을 사용하게 했는데, 서로에게 불편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조지가 시험기간이 되어 공부를 하려고 하면 동생은 라디오를 크게 틀고 듣다 보니 조지에게는 방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지가 라디오를 들을 때는 동생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형인 조지에게 짜증을 내었습니다. 서로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던 조지는 어느 날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진지하게 이야기한 후, 공부하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방해되니 독방을 사용하도록 허락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이에 어머니는 조지에게 “네 형제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겠느냐?”며 호통을 치셨습니다. 결국 협상에 실패한 조지는 동생과 방을 같이 사용하며 이리저리 부딪히며 생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조지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자 드디어 동생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절로 흥이 났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기숙사에서 방을 같이 쓰게 된 룸메이트는 다른 주에서 온 친구였는데, 조지와는 성격이 달라 서로에게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때 비로소 조지는 어머니가 왜 동생과 방을 같이 쓰게 하였는지 그 이유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어머니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릴 수 있는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로마 부시 여사와 결혼한 후였습니다. 흔히들 남자와 여자는 성향이 다르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존 그레이(John Grey)는 그의 저서 제목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하였을까요? 저는 이 편지를 쓰면서 조지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가르쳐주려고 한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compassion’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com’은 ‘with’라는 의미의 접두사입니다. 그리고 ‘passion’은 ‘열정’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고통’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말 사전에는 ‘동정’, ‘연민’이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왠지 저는 20% 부족한 번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동정’이나 ‘연민’은 더 가진 사람이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compassion’은 ‘같은 위치에서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결국 조지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리더로서의 덕목을 가르치면서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을 경험하지 않고는 존경받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삶과 경험을 통해 깨우쳐주기 위함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 보면 공부하는데 서로 방해가 된다고 형편만 허락되면 형제가 각방을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교육을 예로 들며 칭찬하기도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왠지 쑥스럽지 않습니까? ‘교육열’만큼은 세계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에 걸맞은 ‘교육수준’은 어떨까요? 여러분의 위치에서 진정으로 존경 받는 리더가 되기를 원하십니까? 그러면 2014년 한 해를 살아가시면서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랫사람들이 힘들어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리기 위해 그들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생활하며 체험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 어떨까요? 올해는 이것 하나만 잘 실천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 1년 뒤 우리 주위의 모습은 지금보다는 더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으로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요?

2014년을 한 해를 여는 덕담으로 새해에 꿈속에서 떠 오른 한 문장을 여러분께 마음의 선물로 드리려 합니다.

    "받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주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다"



 

                          조덕현 /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장 겸 군사전략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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