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나만의 행복 찾기

뚜르(Tours) 2014. 1. 20. 01:29

사는 게 힘든 탓일까요. 오늘도 사람들은 저마다 행복 찾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라는 소설이 내내 베스트셀러 1위를 달렸답니다.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지구 저편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에게 행복의 비결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행복은 인간이 이 땅에 살기 시작한 때부터의 간절한 욕구겠지요. 그에 대한 답도 벌써 2천여 년 전부터 수많은 성현들이 알려 주었건만 오늘도 우리는 ‘행복’을 판다는 소리만 들리면 귀가 솔깃해집니다. 하긴 그런 책, 강의들이 나름대로 잠시 잊고 지냈던 행복의 참 의미를 일깨워주는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파리 도심에서 꽤 성공한 정신과 의사를 자부하던 꾸뻬는 어느 날 회의에 빠집니다. ‘왜 모든 걸 갖고 있고, 많은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정신과 의사가 더 많은 걸까?’ 그는 자신이 불행한 사람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자신 역시 행복하지 않다는 진단을 내립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단골 환자 한 사람이 그런 기색을 눈치채고 도리어 그에게 여행이라는 처방을 내려줍니다.

참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떠난 여행, 비행기에서 뜻밖에 맞게 된 비즈니스석의 안락한 서비스에 행복해 하던 꾸뻬는 옆자리에서 일등석의 쾌락을 떠올리며 불평하는 사업가를 보게 됩니다. 행복 찾기 여행에서 얻은 꾸뻬의 첫 번째 배움은 그래서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이렇게 물으면 선뜻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그럼 왜 행복하지 않은가. 여러 가지 이유가 많겠지만 놀랍게도 대부분은 남들과의 비교 때문입니다. 주위, 이웃, 친구와 형제간의 비교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불행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어찌 그리 절묘한지. 차라리 일면식도 없는 생판 남이라면 좋으련만. 친구가 승진할 때 내가 못하면 불행해집니다. 옆집은 고급 세단을 모는데 나는 버스나 전철을 타야 한다면 불행한 것입니다. 재벌가 형제들의 유산 싸움을 보노라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갖고 있는 행·불행의 기준이 더욱 명료해집니다.

이렇듯 내 불행의 대부분은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는 동안 기분 좋은 일보다 언짢은 일이 더 많게 마련입니다. 나 홀로 잘 되는 일보다야 주위 여러 사람이 잘 되는 일이 더 빈번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남 때문에 내가 불행해야 한다면 그건 얼마나 억울하고 바보스러운 일입니까. 행복하게 살 작정이라면 우선 그릇된 행복의 기준, 의미부터 바꿔야 할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행복이 아득히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서운한 마음으로 헤어졌던 친구에게서 뜻밖에 밝은 목소리의 안부 전화가 걸려왔을 때
-숙취로 늦게 깬 휴일 아침 아내가 끓이는 달짝지근한 무국 냄새가 코를 간지를 때
-우연히 펼쳐 든 책갈피에서 오래전 배낭여행하던 아들이 보내온 그림엽서가 튀어나올 때
-새 철 맞아 옷장에서 찾아 입은 옷 주머니 속에서 세종대왕 초상을 뵙게 될 때
-버스 앞자리 엄마 품에 안긴 채 눈을 마주친 아기가 방긋 천사 같은 웃음을 던질 때
-등산로를 살짝 벗어난 호젓한 골짜기에서 아무도 모르는 맑은 샘물을 찾았을 때
-여행 중 들른 고택 처마에서 언젠가 읽었던 옛 시인의 멋진 시구를 보게 될 때
-홀로 지키는 방 라디오에서 베토벤 6번 교향곡의 목가적인 선율이 흘러나올 때

남들이 알든 모르든 아무 상관없이 이런 때 나만의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행복 찾기는 누구와 다툴 일도 없는, 가장 확실한 블루오션입니다. 하루라도 늦추면 그만큼 손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서둘러 일상에 널린 나만의 행복을 찾아 소중히 챙겨둘 일입니다.

꾸뻬의 행복에 대한 배움은 이렇게 계속됩니다.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행복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생각을 멈추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낙역재기중의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거친 음식에 물 마시고 팔베개를 하고 지내더라도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다. 올바르지 못한 부귀는 내게 뜬구름과 같은 것이다.

즐겁고 즐겁지 않고는 마음먹기 달렸다는 공자님 말씀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득 어느 가게 쇼핑백에 씌어 있던 문구가 생각납니다.
‘Happiness is not something you have in your hands; it is something you carry in your heart.’

 

<방석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