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리의 루브르박물관(Le musée du Louvre)에 전시되어있는 수많은 작품 중에서 내가 아주 인상 깊게 보았던 그림이 하나 있다.
드 루시(Girodet de Rousey, 1767- 1824)가 1806년에 내놓은, 홍수와 폭풍의 위기에 처한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작품 (가로 4.41m,세로 3.41m)이다.
이 그림은, 홍수가 나서 집이 다 떠내려가고,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아이 셋을 가진 부부와 늙은 아버지 등 여섯 명의 가족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휘몰아쳐오는 폭풍우와 홍수를 피하여 한 가족이 바위가 울퉁불퉁 솟은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가장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바위를 밟고서, 그 바위 위쪽으로 솟아있는 고목나무를 한손으로 움켜잡고 있고, 다른 한손으로는 그의 아내의 손을 잡아끌어 올리고 있다.
그 남자의 등에는 늙은 아버지가 업혀있다.
아내는 한손으로 남편의 손을 잡고 있으나 다른 손으로는 그의 품에서 울고 있는 어린애를 꼭 끌어안고 있다.
다른 애 하나는 엄마의 머리털을 움켜잡고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애 하나는 저 밑에 홍수가 휘몰아치는 바위 위에 쓰러져 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이렇게 가족들을 등에 업고 손으로 끌어 올리면서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는 그 고목나무는 다섯 사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지금 막 절반가량이 부러져 나가고 있다.
이 나무가 완전히 부러질 때 이 다섯 가족의 운명은 어떻게 되겠는가?
저 아래 맹렬히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홍수 속에 빠져 죽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남편은 눈을 크게 뜨고 공포와 고통에 찬 표정을 하고 있고, 아내는 축져진 얼굴에 절망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엄마 품에 안겨있는 어린애는 울어대고 있고, 엄마의 머리채에 매달려 있는 애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이 그림에서 가장 흥미로운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들의 등에 업혀있는 늙은 아버지다.
그 노인은 아들의 등에 업혀서, 한손으로는 아들의 목을 끌어안고 있는데, 다른 한손에는 무언가를 꼭 움켜쥐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상상해 보라.
그것은 붉은 색깔이 나는 돈주머니이다.
그 돈주머니를 움켜쥐고, 바로 코앞에 바짝 들고 있는 그 노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아무리 폭풍우와 홍수가 휘몰아 처와도, 이 돈주머니만 붙들고 있으면 안심이다.”라는 표정이다.
이 노인에게는 폭풍우나 홍수나, 그 가족이 매달려있는 나무가 부러져 나갈 위험같은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오직 돈주머니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꽉붙들고 있는 것이다.
#2. 언제부턴가 ‘내려놓음’, ‘내려놓기’가 유행처럼 회자되고 있다.
가수 이수영은 앨범제목, ‘내려놓음’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법륜스님은 청춘콘서트에서, ‘뜨거운 불덩어리를 쥐고 있다면 그냥 빨리 내려놓으라.’고 말해 젊은이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용규박사는 그의 유명한 책 ‘내려놓음’에서, ‘내 것 버리면 행복이 찾아온다.’라고도 얘기했다.
그런데 무엇을 ‘내려놓는다’고 할 때, 그것은 그가 이미 무언가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무언가를 ‘가지는 것’은 다 나쁜것인가?
그래서 무조건 모든 것 다 버리고, ‘무(無)’가 되어야 그것이 ‘최고 선’일까?
여기서, ‘내려놓으라’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많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나친 욕심. 남을 해치는 ’탐욕’ 등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음식’이 있어야 하고 적당하게 그것을 먹어야 한다.
그것을 아예 내려놓으면 그는 영양실조로 죽어버린다.
문제는 음식을 많이 먹으려는 탐욕, 맛있고 또 고급만 찾아먹으려는 욕심, 그것이 문제다.
욕심대로 음식을 먹으면 어떤 결과가 올까?
‘비만’과 또한 각종 병에 걸리게도 된다.
#3. ‘비만’질환에 걸려 있는 사회, 단체, 교회, 사찰 및 지도층은 없는가?
맴모니즘과 명예와 향락의 탐욕 때문에 병든 상태에 놓여있지는 않은가?
‘비만 증’에 걸리면 대체로 고혈압이나 당뇨증세가 생기거나, 혹은 고지혈증에 걸려 피(생명)의 순환에 지장을 초래하게도 된다.
중요한 것은 위기가 닥쳤을 때, 내려놓을 ‘때’를 알고, 훌훌 가볍게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앞에서 말한 드 루시의 그림에서 아들의 등에 업혀있는 그 ‘노인’은 손에 움켜쥐고 있는 ‘주머니’를 즉시 내려놓아야 한다. 집착과 탐욕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아들의 등에서도 내려와야 한다.
그래야 본인도 살고 ‘가족’들도 살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김택규 / 목사, 前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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