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비타민 S

뚜르(Tours) 2014. 2. 18. 23:46

"인간은 사회에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영감을 얻는 것은 오직 고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 괴테 -


혼자 여행을 자주 떠나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녀는 여행지 어디에서도 외롭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보다는 홀로 있게 되었을 때 외로움이 덜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편안한 여행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녀 역시 잘 설명하지 못하지만 자칭 외로움의 단계에서 고독의 단계로 진화했다고 표현합니다.
그녀가 외로움과 고독을 구분하는 기준은 모두 혼자 있을 때의 감정이지만
고독은 자신을 벗 삼고 있는 느낌이라 외롭기보다 편안하다는 것입니다.

‘1인 기업, 1인 가구, 1인 가전, 솔로 이코노미, 골드미스, 돌싱, 고독사, 1인 미디어, 싱글턴...’등 1인 시대라고 할 만큼 사회의 개인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이미 전 국민의 47%가 1인가구이며 우리나라도 25%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핵가족에서 1인가구로 빠르게 이동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제 누구라도 결혼여부나 자기의사와 상관없이 생애주기 상 싱글턴(singleton, 1인가구)의 시기 즉, 혼자 사는 삶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주의의 시대가 꼭 암울한 것은 아닙니다.
혼자 사는 삶이 심신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조사결과도 많이 발표되고 있지만
그 반대의 조사결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가족과 같이 사는 사람들에 비해 운동을 더 자주 하고,
미술·음악 강좌를 자주 듣고 공개행사와 강연, 봉사활동에도 더 적극적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실제로 혼자 살면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친교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자기창조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혼자 있는 것 자체가 아니라 혼자 있는 것을 어떻게 느끼고 지내느냐는 것입니다.
혼자 있는 것을 외로움의 고통 속에 잠겨 있을 수도 있지만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시간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있어 얼마만큼 인간관계를 잘 하느냐는 능력 만큼 중요한 것은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입니다.
이제 개인화 시대를 맞아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느냐가 한 사람의 발전성을 예측할 수 있는 요소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성공한다>의 저자인 일본의 쓰다 가즈미는 고독을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비타민이라며 ‘Vitamin S(solitude)’라고 표현합니다.
비타민S가 결핍된 현대인이라면 개인화 시대를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당신에게는 비타민 S가 있나요?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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