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행복한 동행

뚜르(Tours) 2014. 2. 23. 10:47

1980년대가 저물어 가던 어느 해 5월.
일본 도쿄 변두리의 허름한 다다미 방에 파리한 얼굴의 한 소녀가 누워 있었습니다.
그녀의 병은 ‘백혈병’
“엄마 포도가 먹고 싶어요.”
마지막일지도 모를 딸의 소원을 듣고 어머니는 무작정 포도를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제철도 아닌데 어디서 포도를 구한단 말입니까?
찾는 자에게 길이 있다는 말처럼 마침내 ‘다까시마야’ 백화점 식품부에서 포도를 발견했습니다.
오동나무상자 속에 고급스럽게 포장된 수만엔짜리 ‘거봉’이었습니다.


가진 돈이라고는 고작 2천엔 뿐이었습니다.
그때 멀리서 어머니의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여점원이 다가왔습니다.
간절한 소망을 들은 여점원은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오동나무상자를 열고 스무 알 정도의 포도를 잘라 어머니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한달 후 그 소녀는 짧은 삶을 마감했습니다.


소녀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가 ‘마이니찌 신문’에 기고함으로써 이 애틋한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여직원이 수만엔이나 하는 포도를 2천엔 어치 잘라 판 것은 누가 시킨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안 한다고 누가 뭐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질책을 당할 위험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고객의 간절한 욕구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입니다.
주어진 업무 이상으로 보인 자발적인 작은 행동 하나가 사라져 가던 영혼을 감동시키고 수많은 독자들을 감격시킨 것입니다.

 

얼마 후 창립 160주년을 맞은 다까시마야 백화점은 백화점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쓰여오던 ‘장미’를 ‘포도’로 바꾸고 ‘남을 돕는 마음을 갖자’라는 취지의 새로운 경영이념을 채택하였다고 합니다.

 

/박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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